김지하의 토속사상기행 마무리

입력 1999-04-19 14: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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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적(五賊)'-'생명운동'-'율려(律呂)운동'으로 이어져온 시인 김지하씨의 사상편력은 토속사상 즉 우리의 사상과 가치를 찾기 위한 여정이다. 시대를 초월해 사람들의 삶과 의식의 밑바탕이 되어온 사상의 뿌리를 걷어올리는 작업은 시인뿐 아니라 모두에게 의미있는 일이지만 그만큼 어려운 것임에 틀림없다.

우리 시대 사상적 대안을 찾아나선 김지하(58)씨의 기행집 '사상기행'(실천문학사 펴냄)은 지금 왜 사상에 귀 기울여야 하는지 그 해답이 들어 있다. 시인은 오랫동안 곰곰이 되짚어온 우리의 사상이야기를 '민중 사상의 뿌리를 찾아서' '신인류를 꿈꾸며'라는 제목으로 두 권의 책에 펼쳐 놓았다.

1권은 지난 84년 첫 사상기행 길에 올라 미륵신앙과 동학, 증산도 등 민중사상의 거점지역을 답사한 기록이다. 우여곡절끝에 14년만에 책으로 완성된 것. 소설가 이문구 송기숙 황석영 송기원, 풍수학자 최창조, 판소리꾼 임진택, 영화감독 장선우씨 등이 동행한 이 사상기행은 계룡산과 우금치, 황산벌 등 역사의 현장에서 동학사상의 중심을 돌며 훑어내린 민중사상의 뿌리를 소설가 이문구씨가 넉넉한 입심으로 기록해 놓았다.

2권 '신인류를 꿈꾸며'에는 새 밀레니엄을 앞둔 시점에서 시인이 들고 나온 새로운 사상의 결정 전모를 파악할 수 있는 대담과, 수운·증산사상에 대한 시인의 노트가 실려 있다. 대담은 지난해 11월 '생명에서 율려까지'를 주제로 시인 황지우와 나눈 8시간에 걸친 기록. 생명사상이후 율려로까지 발전되어온 김지하 사상의 궤적을 더듬어 볼 수 있는 이 기록은 저항운동가로 살아오면서 고단했던 과거를 솔직하게 고백하는 시인의 모습과 숱한 비판을 무릅쓰고 자신의 신념을 펼쳐가는 사상가로서의 김지하와 만나게 된다.

지난 100여년동안 우리 역사와 한국인의 삶을 돌아본 이 사상기행에서 시인은 문명과 자연의 관계와 생명에 대한 총체적 이해에 접근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자기 근원으로의 회귀, 줏대(주체)에 관한 문제의 핵심을 짚어봐야 한다고 말한다. 새로운 사상과 가치는 낡은 서양의 세계관이 아니라 우리 민중사상 속에서 그 뿌리를 찾아내어야만 오늘의 비극을 비켜갈 수 있다는것이 시인의 사상적 결론이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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