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투자 방지 장기계획 세워야

입력 1999-04-19 00:00:00

현재 논의되고 있는 밀라노 프로젝트의 완성도는 몇 점일까? 프로젝트가 미완성 단계임을 생생히 보여주는 현장이 지난 14일 있었다.

섬유개발연구원에서 열린 신제품개발센터 건립 실무추진위원회 회의. 신합섬 소재개발 및 직물 고부가가치화를 목표로 한 이 자리에서 최대 논란의 하나는 직물-염색분야의 업무중복 문제였다.

직물업계가 세계시장에 내놓을 신합섬을 개발하자면 일정 정도의 염색가공 연구를 빼놓을 수 없다는 것. 그런데 염색업계가 염색디자인실용화센터 사업을 추진중이어서 어떻게 투자중복을 피해나가야 될지 고민이라는 얘기였다.

논란은 당초 계획대로 추진해가면서 염색측과 의논해가자는 어정쩡한 선에서 봉합됐다.

지난해 9월 9일 확정 발표된 프로젝트는 이렇게 보완할 점 투성이다.

사업 중복이 가장 큰 문제다. 현재의 17개 세부사업은 서로 겹치는 부분이 적잖다.

직물-염색업계의 중복투자외 비슷한 사태는 여기저기에서 발견된다.

패션정보실과 섬유정보지원센터 설치사업, 패션.디자인 개발지원센터와 섬유종합전시장 건설사업 등이 그런 것이다. 첨단을 이루겠다며 사업마다 엄청난 비용을 들여 주 컴퓨터를 들여 놓는 것도 경계해야 할 부분.

인력양성 사업도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다.

여러 종합.전문대학에서 관련학과를 개설해둔 상황에서 정부는 섬유기능대학을 섬유기술대학과 합병,확대할 계획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탈리아 패션학교 분교를 유치하는 작업이 민간차원에서 가시화되고 있고 경북도는 테크노파크에 별도의 인력양성소를 개설하려 하고 있다. 다양한 교육기관 양성은 바람직하지만 유사기능 중복은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섬유기계사업 누락도 여러 차례 지적됐다.

중.장기계획 부재는 더 심각한 사안이다.

프로젝트는 현재 1999~2003년까지 5년간에 걸친 사업계획밖에 갖춰져 있지 않다. 밀라노가 현재의 밀라노로 자리잡는데 20년이 걸렸다. 봉제.패션산업의 하청기지로서 오랫동안 일한 경험을 갖고도 그랬다.

한국개발연구원 박준경박사는 "프로젝트를 단기 속성할 수는 없다. 2003년 이후 계획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한 세미나에서 밝힌 바 있다.

예산 허실도 짚어야 할 대목이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나 입만 열면 '총예산 6천800억원, 세부사업 17개'라며 프로젝트를 포장하고 있지만 따져보면 누수분이 많다. 특히 알맹이라고 할 수 있는 중앙.지방정부의 순수 예산지원은 2천835억원에 불과하다.

5년의 세월과 예산 6천800억원으로 대구를 동양의 밀라노로 만들 수는 없다. 더욱이 그 예산에는 허수까지 숨어있다.

이 프로젝트에 쏠리는 타 지역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더라도 밀라노 특위는 정확한 사업계획과 장기 전략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밀라노 특위는 문희갑 대구시장에게 고개만 끄덕이는 '예스맨 특위'라는 비아냥까지 받고 있다.

밀라노 특위는 지역경제 부흥이란 소명의식을 갖고 프로젝트 개별사업을 정리.조정하는 한편 대구시와 업계 전체의 화합 및 합의를 모아나가야 할 것이다.

〈李相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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