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만 하더라도 대구는 전국도시중 최고인 29.4%의 공업인구율을 가진 도시였다. 그러나 그후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동안 다른 지역에서 중화학공업이 집중육성되면서 대구지역은 점차 낙후되기 시작하였고 오늘날에는 전국도시중 1인당 지역총생산(GRP)이 가장 낮은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불과 30년만에 우리대구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바로 우리대구의 지역적 특성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즉, 대구지역은 내륙분지로서 대외로의 출구가 없다는 점 때문에 산업입지로서는 치명적인 취약점을 안고 있으며 이것이 오늘날과 같은 지역 낙후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산업을 예를 들어보자.
우리대구지역은 최근 10년동안 자동차산업유치에 많은 심혈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다초 대통령선거공약으로 대구에 유치키로 했던 삼성자동차공장은 부산으로 가버렸고, 쌍용을 인수한 대우자동차마저도 구지공단입지를 포기하고 군산으로 옮겨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산업은 대표적인 수출산업으로서 원가절감을 위해 대규모항구에 인접해 입지하여야 함은 상식이다. 따라서 대구경북의 21세기 생존전략의 최우선과제는 바로 이와같은 내륙지역의 한계를 극복키 위해 대외출구의 확보에서부터 출발하여야 할 것이다.
포항에 대규모 신항만을 건설하고 구미에서 대구, 영천을 거쳐 포항에 이르는 산업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아울러 구미, 김천, 대구, 영천, 포항을 연결하는 산업벨트를 구축하는 것이 바로 대구경북광역권개발 계획의 요체인 것이다.
이지역은 포항제철이라고 하는 거대한 원자재공급선이 위치해 있기 때문에 자동차, 전기, 전자, 기계 등 관련산업들을 유치해 공업벨트로 육성하기에는 이상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
더구나 오는 21세기 대구·경북이 인접해 있는 환동해 경제권의 잠재력은 한 마디로 무궁무진하다.
남북한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지역, 중국의 동북3성, 그리고 일본이 형성하고 있는 환동해경제권은 인구3억, GNP 3조달러, 연간 교역규모 7천억달러에 이르는 거대한 지역경제권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역내 국가간의 교역이 급진전 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지역발전을 위한 좋은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정부의 대북 햇볕정책과 더불어 남북경협이 활성화될 경우 70억달러규모의 나진선봉 자유무역지대개발과 300억달러규모로 추정되는 UNDP(유엔개발계획)의 두만강개발계획은 대구·경북에 또다른 도약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이처럼 대구와 포항을 연계하는 대구·경북광역권 개발계획은 대구·경북지역이 지난날의 소외와 낙후에서 벗어나 21세기 환동해 경제권의 중심으로 발돋움 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94년 대구와 경북도가 공동으로 국토개발연구원과 대구·경북개발연구원에 대구·경북광역권 개발계획안에 대한 용역을 의뢰하여, 95년 8월 공청회까지 개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벌썰 5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아직도 구체적인 안을 확정짓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아산만과 광양만 그리고 부산가덕도 광역권개발계획등이 지역의 의견수렴과정을 거쳐 구체적 계획안을 확정하고 발빠르게 추진되고 있는 것과 비교한다면 실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요즈음 대구시는 모든 역량을 밀라노프로젝트에 쏟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섬유산업활성화를 위해 밀라노프로젝트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되겠지만 대구·경북지역의 근본적인 틀을 새롭게 만드는 대구·경북광역권개발계획은 이와은 비교도 안될만큼 더 시급하고 더욱 중요한 지역 현안인 것이다.
어떻게 보면 밀라노 프로젝트도 대구·경북광역권 개발계획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2011년까지 95년 가격기준으로 15조원이 투입되는 대구·경북광역권개발계획을 하루빨리 국가의 법정개발계획으로 확정짓고 추진하는 것만이 대구·경북이 21세기에 희망을 가질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하여 이의 추진에 지역의 모든 역량을 결집하여야 할 것이다.
윤영탁(영남대 객원교수·전 국회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