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카드 뜬다

입력 1999-04-15 14:01:00

자주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공항, 은행 등에서 줄서 기다리는 일 만큼 지겨운 일은 없다.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 '스마트카드'. 일부 항공사와 호텔이 여행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마이크로칩을 내장한 스마트카드를 도입,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스마트카드를 쓰려면 버스토큰 판매소와 같은 '키아스크'라 불리는 인터넷 연결 부스가 필요하다. 실제로 브리티쉬항공사는 화물이 없는 승객에 한해 항공권을 발급받을 때 지정좌석을 선택할 수 있는 키아스크를 운영 중이다. 싱가포르 항공사 역시 30초만에 탑승절차를 마칠 수 있는 키아스크를 시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힐튼호텔은 스마트카드 키아스크를 통해 투숙객에게 방 열쇠와 함께 방까지 찾아갈 수 있는 지도를 제공하고 있다.

일반 신용카드 크기만한 스마트카드는 연산과 기억이 가능한 컴퓨터 칩을 내장하고 있다. 응용범위는 전화카드부터 전자지갑까지 다양하다. 전세계 어디에 있더라도 버스나 기차를 타는데 스마트카드 하나로 해결이 가능하다.

스마트카드는 미국보다는 유럽, 아시아에서 더욱 널리 사용되고 있는 편. 특히 프랑스는 지난 85년 정부의 노력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상용화에 성공했다. 미국은 몇몇 도시에서 스마트카드 상용화 시도를 했으나 실패로 끝났다. 시티뱅크, 체이스맨하턴은행, 비자카드, 마스터카드 등 세계 굴지의 금융사들이 일부 도시에서 스마트카드를 시범적으로 도입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스마트카드가 도입될 당시 이미 상당수 시민들은 자기카드에 익숙해져 있었고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 게다가 이용자가 극소수인데다 통신망 등 제반여건이 열악해 통용범위가 제한된 것도 주요한 원인이었다.

그러나 스마트카드는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조만간 보편화될 전망이다. 일반 노트북 컴퓨터의 보안장치로 혹은 전자상거래 열쇠로, 일반 은행카드처럼 전자지갑을 대신할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스마트카드는 일반 자기카드에 비해 80배나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기능에 따라 단순히 저장칩만 내장한 것과 저장 및 정보처리칩을 내장한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저장칩 내장카드는 전화카드처럼 비교적 단순한 업무처리에 사용되며 정보에 대한 보안성도 떨어진다. 반면 저장 및 정보처리칩 내장카드는 복잡한 업무처리가 가능하다. 마치 카드형 컴퓨터를 가지고 다니는 것과 같은 효과. 예를 들어 병원에서 환자의 스마트카드만 있으면 과거 병력과 비상시 연락처 등의 정보를 한꺼번에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스마트카드 상용화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다. 기존의 정보 저장 카드 이미지에서 벗어나 초소형 팜탑 컴퓨터에서 쓰이는 중요한 도구 역할을 수행할 것이기 때문. 최근 주요 컴퓨터업체들은 앞다퉈 컴퓨터내에 스마트카드 판독장치를 설치하고 있다. 스마트카드에 저장된 정보를 팜탑 컴퓨터로 읽어들이고 이를 통해 인터넷에 연결,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게다가 컴퓨터를 잠그고 여는 열쇠기능도 수행할 전망이다. 컴퓨터는 특정 인물의 스마트카드만 인식해 작동을 할 것이며 내부 정보의 보안성은 그만큼 더 커지는 것이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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