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편도다문'

입력 1999-04-15 00:00:00

국민회의 이기문(李基文) 인권위원장은 지난 3월 대법원으로부터 선거법위반으로 벌금 500만원 확정판결을 받고 의원직을 박탈, 엄연히 실정법을 위반한 사람이다.

그런가하면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은 최근 비정부기구(NGO) 대표자격으로 유엔인권위 참석의사를 밝혔다가 "과거 안기부 수사국장과 차장경력자의 인권위 참석은 말도 안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고보면 이유야 어떻든간에 두 사람이 이들 직책을 수행하기엔 어쩐지 어색하고 무리란 느낌도 든다. 그러나 막상 국민회의와 한나라당에서는 각각 그 분야에 그만한 전문가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강변한다.

따지고보면 우리 정치권에는 정말 인재가 없는 것만 같다. 물론 몇몇은 의정활동을 손색없이 수행하겠지만 대다수는 지역정서를 타면서 당선이나 하고 보자는 철새성 정치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령 '상도동의 입'을 자처하는 박종웅(朴鍾雄)의원이 굳이 동료의원들로부터 "전직대통령의 대변인 노릇을 하는 통에 한나라당에 총재가 두 사람이나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지적을 받고도 "그래도 나는 YS사람"이라고 해당행위(?)를 고집하는 것은 혹시 부산의 YS바람을 타고 재선이나 하고 보자는 이기심의 표현이 아닐는지....

이러한 정치권의 흐름을 두고 한나라당 조순(趙淳)명예총재는 '편도다문'(便道多門)이라 표현했다.

이것은 YS가 즐겨써온 대도무문(大道無門)을 빗댄 말로 원칙에 벗어난 편법으로 정치를 하려니 술수와 공작의 정치가 됐고 인재가 길러지기보다 보스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세력만 양성됐음을 뜻한다.

그러고보면 3김(DJ, JP,YS)의 정치는 '편도다문의 정치'라 할만하지 않을까.

합종연횡의 책략과 불꽃튀는 진검승부를 몇차례나 치르고도 아직도 모자라 독설을 퍼붓는 YS여! 40년이 넘는 정치지도자의 경륜으로도 변변한 후계자 한사람 양성못한채 노구를 이끌고 스스로가 독설을 퍼불수밖에 없는 자신의 부덕(不德)부터 먼저 부끄러워해야 할것 같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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