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월례기자간담회에서 "5대 그룹도 워크아웃 대상"이라고 천명, 재벌 구조조정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는 곧 5대 그룹이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6대 이하 그룹과 마찬가지로 채권단을 앞세워 부채비율이 높은 핵심 계열사에 대해 강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하겠다는 의미다.
정부는 지금까지 6대 이하 그룹과 중견기업의 경우 채권단 주도로 워크아웃을 하도록 했으나 5대 그룹은 주채권은행과 해당 그룹이 협의, 원하는 경우에 한해 자율적으로 워크아웃을 실시한다는 자세를 지켜왔다.
금감위도 지금까지는 채권 금융기관뒤에 숨어 기업 구조조정을 조율하던 소극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채권은행이 재벌 구조조정에 소홀할 경우 여신건전성 감독 차원에서 직접 개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5대 그룹 구조조정 추진 방식이 종전과 같은 '엄포'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여 재벌 구조조정이 급류를 탈 것으로 예상된다.
◆왜 구조조정 압박 거세지나= 한마디로 5대 그룹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입으로만 구조조정을 외치고 있을뿐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7일 정·재계 간담회에서 정부와 재계는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연말까지 확정해 금년초부터 이를 실천키로 약속했으나 자산재평가분의 부채비율 감축실적인정 등을 요구한 5대 그룹의 저항으로 지난달말에야 분기별 세부이행계획을 확정지었다.
정부는 지난해 분명히 5대 그룹에 자산재평가와 현물출자 등을 제외한 상태에서 부채비율을 올 연말까지 200% 이내로 줄여야한다고 통보했음에도 현대와 대우가 자산재평가가 인정되지 않을 경우 연내 부채비율 감축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며 반발했다.
빅딜에 대해서도 정부는 할말이 많다. 재벌들이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8개 업종빅딜을 하겠다고 스스로 약속해놓고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불쾌해하고 있다.김 대통령이 당초 22일로 예정됐던 청와대 정·재계 간담회를 26일로 연기한 것도 반도체 빅딜을 간담회 이전까지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어떤 수단 동원될까= 5대 그룹의 구조조정을 앞당기기 위해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많다.
우선은 금감위가 나서서 채권단을 통해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착실히 이행하도록 감시·감독을 철저히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금감위원장은 그동안 채권은행이 기업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경영진을 문책하겠다고 여러차례 강조한 바 있다.분기별로 재무약정 이행실태를 점검, 목표에 미달하는 계열사에 대해 여신중단과 회수 등의 철퇴가 예고되고 있다.
김 대통령이 이날 강조한 워크아웃도 재벌 개혁을 촉진하는 강력한 수단이 될수 있다. 구조조정이 부진한 재벌의 핵심계열사에 대해 채권단이 여신건전성 차원에서 강제 워크아웃을 실시할 경우 부채 출자전환이 이뤄져야하기때문에 경영권 박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위가 구조조정을 게을리하는 현대에 최근 본때를 보인 것 처럼 계열사의 주가조작 여부 조사나 세무조사 등으로 압력을 가할 수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한 내부거래 조사도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5대 그룹 워크아웃 가능할까= 그러나 5대 그룹 계열사의 워크아웃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실천이 어렵기 때문에 엄포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도 만만치 않다.
6대 이하 그룹과 중견기업 워크아웃으로만도 은행권은 힘에부쳐 허덕이고 있다. 워크아웃 기업의 여신은 모두 33조원 정도로 대부분 요주의 이하로 분류돼 금융계는 엄청난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따라서 여신규모가 큰 5대 그룹 계열사에 대해 워크아웃이 이뤄질 경우 은행권의 부담은 그만큼 커지게 된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이 곤두박질치면 부실을 털기 위해 부채 구조조조정을 다시해야하고 공적자금 부담도 당연히 가중된다.
이때문에 정부가 몇 십조원의 공적자금을 추가로 조성하지 않는한 5대 그룹 워크아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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