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목의원 체포동의안'부결로 모처럼 승리감을 만끽하던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 측이 긴장하고 있다. 비주류는 물론 당내 각 세력들이 당의 정체성과 선거구제 문제 등을 둘러싸고 이총재를 압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민정계 등 비주류 측은 물론 주류측 일부까지 이총재를 공격하고 나선 것이다. 주류 측에 서 있던 김덕룡부총재가 13일 먼저 '당풍 쇄신론'을 들고 나왔다.
김부총재는 여의도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당의 면모를 쇄신해 미래지향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부총재의 당풍 쇄신론은 지난 3.30재.보선 이후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수도권 초.재선의원들의 당 쇄신요구를 수렴한 것이다. 즉 이총재 측이 대구.경북을 비롯한 영남권만 의식하다가는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영남당'으로 전락하고 만다는 것이다.
그는 15일 수도권 초.재선의원들 과의 대규모 회동을 통해 이같은 당 쇄신론을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들의 당 개혁 주장은 당내 보수세력과 영남권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민정계의 움직임도 만만찮다. 이미 지난 9일 서울근교에서 대규모 골프회동을 통해 세 과시에 성공한 민정계인사들은 소규모 모임을 통해 결속을 다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비주류의 이세기의원이 12일 저녁 "다선.중진의원 가운데 압도적 다수와 수도권 초.재선의원 대다수가 중.대선거구제를 지지하고 있다"면서 "이총재가 당내 여론을 무시하고 소선거구제를 당론으로 확정할 경우 분당을 각오하고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해 파장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은 소선거구제를 당론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소선거구제와 중.대선거구제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 정치구조특위의 지구당위원장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74대 71(나머지는 무응답)로 소선거구제가 약간 우세했다.
또 이기택전총재권한대행 측도 12일 여의도에 '민주동우회'사무실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전대행은 그동안 강창성전의원에게 맡겼던 민주동우회를 직접 관리하면서 참신한 인물을 영입, 내년 총선에서 최대한의 지분을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물론 이전대행은 내년 총선에서의 부산출마 결심을 굳혔다. 이미 동래와 해운대 쪽에 집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