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고스톱의 도덕

입력 1999-04-13 14:09:00

우리 국민 중 상당수가 즐기고, 우리 아파트에서도 한두달에 한번씩 즐기는 오락이기도 한 고스톱을 언론에서 '절대로 하지 않아야 할 나쁜 짓'으로 말할 때 나는 슬프다.

과연 고스톱이 우리가 절대로 하지 않아야 할 나쁜 짓인가? 음식을 너무 많이 먹으면 비만이 된다고 해서 음식을 먹는 자체가 나쁜 짓인가?

고스톱은 서먹서먹한 사람들을 한자리에 있을 수 있게 한다. 한자리에 있다 보면 인간적 교류도 일어날 수 있다. 물론 고스톱에도 규칙이 있다. 그러나 돈을 따기 위한 규칙이 아닌, 다음의 두가지 규칙만 잘 지킨다면 고스톱은 도박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도덕이 될 것이다.

첫째, 돈을 잃는 사람은 있어도 따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 부자지간에 발가벗고 노름을 해도 돈이 모자란다는 식의, '도둑놈(?) 도박'을 할 것이 아니라 딴 돈의 5분의 1을 공금으로 내고, 끝났을 때는 모든 사람이 원금을 제외한 딴 돈을 전부 공금으로 내놓아야 한다. 공금으로는 아이스크림을 사 먹을 수도 있고, 불우이웃돕기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절대로 돈을 딴 사람은 한 사람도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 약올리기는 있어도 약오르기는 없어야 한다. 이 규칙이 지켜지지 않으려는 징조가 보일 때는 전원이 집단압력으로 약오르기는 없다는 규칙을 상기시킨다. 재삼 강조하지만 고스톱을 하되 이 두가지 규칙만 잘 지켜도 고스톱은 도덕이 된다.영화관람, 야구구경, 골프에도 규칙이 있고 심지어 남을 돕는 일에도 규칙이 있다. 이같은 규칙이 없는 고스톱은 하지 말자. 규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퇴장시키고 그래도 고쳐지지 않을 땐 제명시키자. 나와 이웃을 괴롭히지 않으면서 나와 이웃이 더불어 즐기는 고스톱만 하자. 행복하십시오.

〈경북대 교수·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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