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절대적인 조건인 '자유'. 유사이래 숱한 사상가와 학자, 예술가들이 자유를 앞장서 부르짖어 왔고 진정한 자유주의를 위해 몸을 던졌다.
그러나 자유라는 이름은 때로 우리에게 일그러진 모습으로 다가서기도 하고 자유주의에 대한 그릇된 이해는 도리어 큰 고통을 초래하기도 했다. 자유·자유주의를 어떻게 볼 것인지 '자유'를 화두로한 두 권의 책이 나란히 출간됐다.
성공회대 김동춘교수 등 11명이 함께 쓴 '자유라는 화두'(삼인 펴냄)와 서울시립대 이근식교수가 쓴 '자유주의 사회경제사상'(한길사 펴냄)은 현대 한국에서의 자유의 논리와 자유주의에 대한 반성적 고찰을 담고 있어 일독해 볼 만하다.
'한국 자유주의의 열가지 표정'이라는 부제를 단 '자유라는 화두'는 결론적으로 지난 100년간 한국에서의 '자유'는 자유를 제약하는 정치, 경제, 사회상황에 대한 비판과 저항의 논리가 아닌 그저 레토릭(修辭)에 불과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친일경력을 은폐하고 기득권을 유지하려던 무리들이 자신들을 강력하게 비판했던 좌파에 대항하기 위한 논리로 오용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도된 자유 논리는 한국 자유주의 역사를 한국의 사상적 불구성의 역사로 귀착시켰다는게 이 책의 핵심이다. 필자들은 타락하고 일그러진 한국의 자유를 반증하기 위해 자유를 추구한 10인의 행동양식을 제시한다.
그러면 이들이 꼽은 자유주의자들은 누구이며 왜 자유주의자라는 이름에 합당한지 풀어내고 있다. 대상에 오른 인물은 나혜석과 전혜린,김수영과 김현, 최인훈과 마광수, 강준만과 복거일, 장선우와 홍신자. 먼저 '인물과 사상'이라는 잡지를 통해 무소불위로 비판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는 강준만교수는 지식인 혐오증에 시달리는 '전투적 자유주의자'로 대변된다.
또 '권위주의에 짓눌린 순수한 자유주의자'(마광수), '당대 사회의 권위에 대한 저항으로 점철된 삶을 통해 개인주의의 승리를 쟁취한 인물'(김수영), '자기 중심주의와 선민의식에 뿌리를 둔 일인칭 단수대명사의 세계'(전혜린)등 이들이 화두로 삼은 '자유'라는 무늬를 그려내고 있다.
반면 '자유주의 사회경제사상'은 근대 자유주의 경제사상가 7명에 대한 연구서다. 인간에 대한 철학적 이해를 토대로 이뤄진 애덤 스미스(1723~90)의 경제학에서 출발한 이 연구는 인간의 불완전성에 대한 대안으로 비판의 자유와 공정분배의 실현을 주창한 존 스튜어트 밀(1806~73), 발터 오이켄(1891~1950), 빌헬름 뢰프케(1899~1971), 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1899~1992), 밀턴 프리드먼(1912~), 제임스 뷰캐넌(1919~)으로 이어진다. 이들의 공통점은 물질적 논리로서의 경제학, 경제사상이 아니라 인간의 이성과 책임, 질서와 공정성을 바탕으로한 경제체제를 꿈꿔왔다는 것이다.
저자는 전환기 우리 사회의 자유주의 사회경제사상에까지 연구범위를 확장시키고 있다. 한국경제가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할 적극적 대안으로 '자유주의 경제사상'과 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교수는 "늘 국가에 의한 규제와 억압으로 인해 한번도 시장경제논리에 따라 운용된 적이 없다"며 한국경제의 실상에 대해 지적하고 "이들 사상가들의 자유주의 사상과 운용원리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국적 상황에 올바로 접목해야 한다"고 결론짓고 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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