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바라크 이집트대통령 南-北 중재자역 가능성

입력 1999-04-10 00:00:00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무하마드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한반도 현안해결을 위한 '이집트카드'라는 새로운가능성을 창출한 자리였다.

김 대통령은 지난 50년대부터 북한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온 이집트의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남북한의 '공정한 중재자' 역할을 주문했으며, 무바라크 대통령은 "최선을 다해 중재역할을 하겠다"고 화답한 것이다.

김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한국정부가 추진중인 대북포용정책이 북한과 화해및 협력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이런 메시지를 무바라크 대통령이 북한에 전달해줄 것을 요청했다.

미국창구를 통해 북한의 대화 가능성을 타진해 온 '갈증'에서 벗어나 비동맹의맹주인 이집트의 영향력을 활용, 우회적으로 남북대화 재개를 시도해보려는 김 대통령의 의지가 실린 대목이다.

김 대통령은 특히 "북한과 필요한 모든 토의를 할 용의가 있으며, 북한이 원한다면 단계적이든 포괄적이든 대화를 하겠다"고 밝혀 대화방식에 융통성을 보였다. 이는 무바라크 대통령이 "단기적으로는 북한과 하나하나씩 협력, 발전시켜나가는 것"을 권고한데 따른 답변이기는 하지만, 실제적으로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인지의 여부가 주목된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이에 대해 한국정부의 대북포용정책에 적극적인 지지입장을 표명하고, 북한에 한국 정부의 진심을 알리는데 협력할 것을 다짐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이집트를 방문한 이종찬(李鍾贊) 국가정보원장으로부터 한국의 햇볕정책 취지를 북한에 잘 전달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북한측에 자신의 친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이날 김 대통령과 직접 교감을 나눈 무바라크 대통령이 앞으로 한반도문제에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 분명해 보이며, 그가 북한으로부터 얻어낼 반응에 대한 한국정부의 기대감은 자못 커보인다.

김 대통령은 이런 이집트의 건설적인 역할에 부응, 중동의 평화정착을 위해 한국정부가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양국 정상은 이와 함께 지난 2월 김종필(金鍾泌) 총리의 이집트방문 때 이집트가 요청한 아무리아 국영방적공장에 대한 한국기업의 투자 및 위탁경영, 수에즈만경제특구에 대한 한국기업 투자 등 경제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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