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8명이 앉아 있는 이 교실에 들어가면 대학교로 착각하기 십상이다.웬만한 어른보다 더 덩치가 좋은 남녀 학생들이 떡하니 버티고 앉아 있기때문.
졸업반 교실. 따로 학년구분도 없이 그냥 졸업반 과정이라 이름 붙였다.
몸집이나 얼굴, 나이 등에서 학생들은 제각각이지만 그들에게 공통점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뚜렷하게 하는 일 없이 산만하다는 점이다.
그래도 일년만 더 있으면 만 22세가 돼 학교를 졸업하는 이들인 만큼 이 학교 학생들중에선 가장 많이 '학습'했을지도 모른다. 학교도 이를 감안한 탓에 교사 2명으로만 수업을 진행하도록 했다.
"맥도널드에 갔어요. 맛있는 햄버거가 4.25달러라고 적혀 있는데 나에겐 5달러가 있어요. 거스름돈을 얼마 받아와야 되지요?"
수잔 존슨교사의 질문은 간단하지만 학생들이 고민하는 모습을 바라보기는 결코 간단치 않다.
학교가 아닌 바깥세상에서 부모나 교사의 도움 없이 혼자 살아가도록 하는 게 이 학교의 최종 목표다.
용변보기, 옷 입고 벗기 같은 기초적인 것을 배우기 시작해 전화 걸기, 물건 사기, 돈 구별 및 사용법 같은 고급과정까지 익힌다.
"매주 1, 2일은 실습을 나갑니다. 식당, 병원, 상점 등지를 찾아가 교실에서 배운 것을 직접 해보게 하지요. 어쨌든 목표는 학생들이 사회인으로서 살아가게 하는 것이니까요" 존슨 교사의 설명.
졸업반만의 얘기는 아니지만 이 학교는 식당도 교과과정의 하나로 운영한다. 당번제를 만들어 매일 3명씩 학생들이 식당에 나와서 음식 준비, 조리, 설거지 등을 배우도록 한다.
간단히 말해 혼자 있게 돼도 배곯지 않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특별히 이 일을 잘 하는 학생에게는 음식점에 취직해 직업으로 삼게도 한다.
거스름돈 계산이 어느 정도 끝나자 존슨교사는 신문을 펴든다.
학생들이 집에서 신문을 읽은 뒤 교실에 와서 무슨 기사를 읽었는지 설명하는 시간이다. 책이나 잡지가 아닌 신문을 교재로 선택한 것 역시 현실적응을 위해서다.신문이 읽기 쉬울 뿐더러 학생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도구라는 인식에서다.
한 학생이 나와 펼쳐보인 것은 어느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나 몇 명이 죽고 다쳤다는 사고기사.
존슨교사는 이 학생의 발표가 끝나자 "왜 사고가 났지요?" 묻는다. 한참 궁리하던 학생이 어렵게 "운전자가 과속했기 때문에 일어난 사고예요" 하고 대답하자 곧바로 다음 질문이 이어졌다. "그럼 사고를 예방하려면 시속 몇 마일로 달려야 하나요?"
단순히 신문을 읽는 독해기능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이를 통해 일상생활의 규칙도 같이 배우게 하는 것이다.
교실 뒷벽에 '흑인 지도자'라는 이름 아래 제시 잭슨, 루이 암스트롱 같은 인사들의 사진을 게시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이상하게도 이 학교에는 흑인이 많았다. "학교는 이를 염두에 두고 흑인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심어주는 데 신경쓰고 있어요" 컴퓨터 교과 및 대외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제프 웨버교사는 게시물 하나하나에도 뜻이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바느질 수업 교실.
학생 9명에 교사 3명이 달라붙어 실꿰기, 바늘질하기로 씨름하고 있었다.
바늘에 실도 꿰지못하는 학생을 가르쳐 복주머니, 방석, 베개 같은 어엿한 수예품을 만들어 내도록 한다.
"잘하는 학생들은 개구리, 눈사람 등을 창의적인 형태로 만드는 과정에까지 들어갑니다" 메리 포드교사는 "'엄마에게 보여줘야지' 하면서 자기가 만든 것을 자랑하는 아이들을 보면 보람을 느껴요"하고 웃었다.
기능위주로만 교과를 짠 것은 아니다. 미술, 음악, 연극, 무용 등 예술과목도 중시하고 있다.
이 학교는 앞서 소개한 브람스에서 교재로 사용하고 있는 '바나나'와 비슷한 내용의 소책자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주변환경 알아보기, 감정 표현법, 창의성 개발법 등 5개 항목에 걸쳐 28개 과정을 만들어놓고 적절히 쓰고 있다.
〈李相勳기자〉
----교과 어떻게 이루어지나
이 학교는 정신지체아를 위한 특수학교다. 뉴헤이번 시에 살고 있는, 장애가 심하다고 판명난 중증 정신지체아들이 이 곳에 온다.
그렇다고 학생 모두가 지체아인 것은 아니다.
최근들어 비지체아 학생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98년 가을 초등학교 1학년에 비지체아 학생들을 입학시킨 게 처음이다. 유치원 과정에 비지체 아동을 받아들인 것은 이보다 이르다.
웨버교사는 이를 두고 "중증 지체아이더라도 비지체아 학생들과 같이 지내면서 사회생활을 익힐 기회를 더 주자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비지체아 학생들은 물론 그 부모들도 이 학교가 교사 수준이 높고 시설이 좋다면서 좋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98년 가을 당시 학생수는 모두 200명인데 이중 지체아는 140명이었다. 나머지 60명은 비지체아 아동인데 유치원 과정 12명, 초등학교 1학년 과정에 48명이 있었다뉴헤이번 시에 사는 정신지체아 모두가 이 학교에 오는 것도 아니다. 반대로 지체아들을 이 학교에 오지 못하도록 하는 게 교육정책이다.
될 수 있으면 비지체아 학생들과 함께 어울리며 같은 교육을 받도록 한다는 얘기다.
이때문에 특수교육 대상 아동중 셀렌타노 학교와 같은 특수학교에 다니는 이는 전체의 5% 밖에 안된다는 통계도 있다. 나머지 95%는 일반학급, 또는 일반학교내 특수학급에서 비지체아 아동들과 함께 지낸다.
"일반학급에서 만족할 정도의 학습성과를 이룰 수 없는 아동만 특수학급이나 특수학교에서 교육받게 한다는 게 교육정책입니다" 웨버 교사의 설명.
교사는 45명으로 이중 정식교사가 20명이고 25명은 보조교사이다. 학생 5명당 교사 1명꼴이므로 미국내 여느 학교와 비교해보더라도 교사가 많은 편이다. 특수학교라는 것이 반영된 결과다.
지체아들이 이 학교에 머물 수 있는 기한은 만 21세까지. 물론 무상교육이다.
학교는 그때까지 이들을 데리고 있으면서 사회적응 학습을 시킨다.
웨버교사는 "우리 학교의 목표는 아무리 심한 정신지체아이더라도 21세가 되면 기본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입니다" 라고 설명했다.
댓글 많은 뉴스
경북대 '반한집회'에 뒷문 진입한 한동훈…"정치 참 어렵다"
한동훈, 조기대선 실시되면 "차기 대선은 보수가 가장 이기기 쉬운 선거될 것"
유승민 "박근혜와 오해 풀고싶어…'배신자 프레임' 동의 안 해"
"尹 만세"…유인물 뿌리고 분신한 尹 대통령 지지자, 숨져
법학자들 "내란죄 불분명…국민 납득 가능한 판결문 나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