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침묵이 더 어울리는 YS

입력 1999-04-08 00:00:00

퇴임 후 1년여 만에 고향방문에 나선 김영삼전대통령이 김대중대통령을 향해 독설을 쏟아내고 있다. 김전대통령은 현 정권을 독재정권이라고 규정지었다.

그리고 김대통령을 독재자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사실상 독재정권 타도로 해석되는 주장을 하기까지 했다. 또 자신은 지방자치를 완성시켰고 재임기간 중 마치 언론이 자유를 구가한 것처럼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현 정권이 야당을 탄압하고 언론을 통제하고 야당의원들을 돈과 힘으로 매수·협박해 빼내 갔다고 주장했다. 금권·관권·폭력이 난무한 부정선거 이야기도 했다.

마치 70~80년대 민주화투쟁을 하면서 전경들에 의해 닭장차에 강제로 실려가던 YS의 포효를 연상시키는 듯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그 때와 지금이 다른 점은 반향이 하늘과 땅 차이라는 점이다. 왜 그럴까.

일면 김전대통령의 항변에 가까운 발언은 그럴 만한 근거를 갖고 있는 듯하다. 정권교체라고는 하지만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 다수 국민들의 심정인지도 모른다. 특히 대선 패배 후 하루도 영일(寧日)이 없었던, 그리고 과거 여당시절의 영화에서 깨어나지 못한 야당의 입장에서는 입맛에 딱 들어맞는 말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전대통령이 자신의 재임기간 5년을 돌이켜 볼 수 있는 눈과 세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귀가 있다면 과연 그런 말들을 거침없이 할 수 있을 지 의심스럽다.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이 언론사의 인사는 물론 기사 한건 한건까지 좌지우지했다는 이야기나 15대 총선 직후 1년도 안돼 약 20명에 가까운 야당과 무소속 의원들을 끌어들여 여소야대를 여대야소로 만든 것은 김전대통령의 재임중이 아니었는가.

또 어느 지역 보궐선거에서는 50억원을 쓰고 다른 곳에서는 훨씬 더 많은 돈으로 선거를 치렀다는 이야기 역시 김전대통령 재임기간 중의 일이다. 지금과 다른 점이라면 당시는 여당이 졌고 이번에는 여당이 이겼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김전대통령은 다른 사람 욕하기에 앞서 87년과 92년 대선 당시 부산 해운대백사장과 대구 신천변을 가득 메우고 자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환호하던 국민들이 지금은 왜 아무 반응을 않고 있는지를 곰곰이 새겨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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