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한계 극복 미래로 달린다

입력 1999-04-07 00:00:00

지난 1월부터 미국 프랫대학 교환교수로 가 있는 계명대 이효동 교수(산업디자인과). 비록 몸은 뉴욕에 있지만 고향 소식이라면 한국에 있는 어느 누구에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휜하다. 정기적으로 매일신문 홈페이지의 인터넷 전자신문을 검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같은 시간에 똑같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이교수가 말하는 인터넷 신문의 최대 장점.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인터넷 전자신문이 '미래신문', '종이신문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자신문의 장점은 열손가락으로 한번에 다 꼽기 힘들 정도. 배달과 관련된 모든 문제점이 사라지는 데다 사건 발생과 동시에 뉴스를 보도할 수 있는 속보성을 갖고 있으며 지면 제한 없이 심층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인터넷 전자신문의 원년은 매일신문과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일부 일간지들이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한 1995년.

지난해 9월 현재 전국 신문사들이 발행중인 전자신문만 26종에 이를 정도로 전자신문은 그 수가 늘었을 뿐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종이신문에 실린 내용을 그대로 컴퓨터 화면에 옮기던 것에서 벗어나 전자신문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를 실시간 보도하는 등 속보체제를 구축하거나 지면 부족으로 실리지 못한 기사 전문을 싣고 동화상·영어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 독자가 원하는 뉴스를 주문받아 특정 뉴스만을 따로 제공하는 '클리핑 서비스'도 전자신문 보편화와 함께 곧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에 발맞춰 전자신문 검색자들도 크게 증가, 98년 경우 26개 전자신문 일일 접속자수만 70여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해 등장한 딴지일보 등 패러디 신문의 선풍적 인기는 단순히 독특한 '내용'이 아닌 '형식'면에서 전자신문 발전에 또 다른 이정표를 세웠다. 종이신문을 모체로 하지 않는 '순수한' 전자신문의 시대가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광고 등 재정적인 난점으로 기존 신문사에서 주로 전자신문을 만들어 왔던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이다.

그렇다면 전자신문의 발전이 신문이라는 대중매체의 영원불멸을 보장해 줄까?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아직 컴퓨터로 신문을 읽는데 익숙하지 않아 신문을 따로 구독하면서 전자신문으로 그때그때 필요한 정보를 얻는 구독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눈의 피로감도 전자신문의 앞에 펼쳐진 탄탄대로를 막는 장애물중 하나.

경북대 김재홍교수(신문방송학과)는 "인쇄된 신문이 곧 없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지만 의외로 독자들은 지면을 통해 기사를 자세히 읽고 확인하는 과정을 선호한다"며 전자신문의 한계를 지적했다.

쏟아붓는 개발 비용에 비해 광고 수입이 턱없이 낮아 채산성을 맞추기 힘든 것도 장기적인 발전의 걸림돌이다. 서비스 유료화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 세계적 권위지며 독자들의 정보화 수준이 높기로 유명한 '뉴욕 타임스'조차 전자신문 유료화를 거론했다 거센 반발에 부딪혀 철회한 것이 대표적인 본보기다.

방송의 추격도 만만찮다. 전자신문이 신문의 독점물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오히려 기록성이 없는 방송 최대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데는 전자신문이 적격이기 때문이다. 어제 방송된 뉴스의 기사나 드라마의 대본을 문자로 제공하거나 동영상으로 언제든지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는 이미 시작됐다.

미래의 대중매체는 문자와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신문도 방송도 아닌 양자가 융합된 형태가 될 것이라고 성급하게 예측하는 시각들도 나오고 있다.

새로운 천년에는 배달소년이 놓고간 신문에서 방금 인쇄된 신문의 잉크냄새를 맡게 될 독자가 얼마나 될까.

〈金嘉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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