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정선거 시비 밝혀라

입력 1999-04-06 15:20:00

3·30 재·보선은 불법선거는 아니었다고 해도 공명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부정선거였다고 할 수 있다. 국민회의는 이번 재·보선에서 생활체육특위 등 각종 특위를 구성하고 무려 2만1천명이나 되는 특위위원을 임명했다. 이 숫자는 국민회의 득표수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국민회의 주장처럼 불법은 아닐지 모른다. 선거법에는 '정당은 선거기간중 당원을 모집할 수 없다'고 되어있으므로 당원이 아닌 특별위원은 괜찮은지도 모른다. 그러나 선관위는 '특위위원 위촉행위가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면 입법취지로 볼때 문제의 소지가 크다'는 유권해석만 보더라도 공명했다고는 할 수 없다.

과거 여당이 선거때에 입당원서를 받았을 때 그때 야당들은 돈을 주고 표를 산다고 얼마나 비판을 했던가. 이외도 사랑방 좌담회문제 등 이번 재·보선에서 나타난 불법시비 또한 한두가지가 아니다.

얼마나 분위기가 공명하지 못했으면 여당의원조차도 '부끄러운 선거였다'고 고백을 했을까. 이렇게 되면 사상 첫 정권교체가 가지는 의의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수 없다.

여당과 야당이 서로 바뀌면서 과거에 저질렀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음으로써 정치 발전을 이루는 데 의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과 같이 똑같은 정치인들이 여와 야의 이름만 바꾼채 똑같은 짓거리로 정치를 다람쥐 쳇바퀴 돌듯 돌기만 한다면 그 정권교체는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리고 국민의 정부는 민주주의를 확고히 심는 정권이 되겠다면서 정치개혁을 주도하고 있다. 그런데 민주주의의 기본인 선거에서 보여준 이번 국민의 정부와 여당의 태도는 전혀 아니다.

정치개혁을 위장된 개혁으로 몰고 가려고 한다고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동료의원마저 부끄러운 선거였다고 하는데도 "불법이 아니다"고 우긴다든지 "증거가 있느냐"하는 식으로 나온다면 이는 바로 국민을 우습게 아는 여당의 고질이 국민의 정부에서도 여전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외 아무 것도 아니다.

책을 읽는다는 명분으로 촛불을 훔쳐서는 안되는 것처럼 정치개혁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의석늘리기 위한 이기기만을 위한 게임을 해서도 안된다. 왜냐하면 특히 민주주의는 절차를 중시하는 정치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선거관련 고발이나 수사의뢰 등은 야당의 정치공세로만 치부해 버리지 말고 철저히 조사해서 그 진상을 밝혀야 할 것이다. 정치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도 선거부정은 철저히 가려져야 한다. 여기서부터 실패하면 정치개혁에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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