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 성서캠퍼스 인문과학관 문예창작전공 교수연구실 407호 김원수 교수. 그는 이번 학기부터 학창시절이후 25년만에 다시 대구생활을 시작했다. 이 방의 주인은 몇해전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중견소설가 김원우(52)씨.
그는 77년 '한국문학'에 발표한 데뷔작 중편 '임지'처럼 임지 아닌 임지에 와 있다. 단독부임. 주 14시간에 달하는 강의 준비하랴 초임교수면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논문에다 학과 행사준비까지 마냥 혼란스럽다.
15년이 넘게 작업실에서 글만 써온 그이기에 갑작스런 환경변화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일들. 더욱이 서울에 있는 가족과 떨어져 학교 앞 주공아파트에 혼자 묵고 있어 밥짓고 빨래하는 일까지 그의 몫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 1년동안 꼬박 매달려 탈고한 다섯번째 장편소설 '일인극 가족'(프레스 21 펴냄)이 책으로 나왔다. 1일 오후 출판사로부터 배달된 소포 포장을 뜯어본 그의 표정이 복잡하다.
표지 디자인에서부터 몇몇 오자까지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원래 잘 팔리지 않는 소설만 썼어요. 그래도 애정을 갖고 무거운 내 소설을 읽어주는 독자들이 적지 않아 위안을 받습니다"라며 그가 운을 뗐다.
이번 소설은 그가 오랫동안 화두로 붙들어온 '세태분석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다. 지나치게 개인적이고 특수한 상황을 따라가는 요즘 소설경향과 달리 인간 존재와 우리 사회의 보편적 현상을 들여다보고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작가특유의 화법이 그대로 녹아 있다.
97년에 나온 장편 '모노가미의 새 얼굴'이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가부장제의 변화상과 왜곡된 성의식을 다뤘다면 이번 작품은 우리 사회를 들끓게 한 체제변혁운동과 그 열정을 더 흉물스럽게 만들어가고 있는 정치의식과 풍토의 허무성 등 한국사회의 병폐를 한 가족의 분절된 모습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소설의 중심인물은 약사 이씨와 둘째딸인 여대생 기희. 작가는 사려깊고 신중한 이씨와 정권타도 운동에 나선 딸, 다양한 성격의 주변인물간 갈등관계를 통해 세대간 단절과 가정의 거푸집화 현상을 그리고 있다.
"마치 모노드라마에 출연한 배우처럼 가족 구성원이 저마다 따로 겉도는 현상을 빗대 제목을 '일인극…'으로 달았다"고 작가는 말한다. 무대중심을 약국으로 설정한 것도 혹 우리 사회 병리현상에 대한 처방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그는 이같은 양상을 지역분할 구도에 의한 현 정치적 체제에까지 확장시키고 있다. 특히 현재 우리 사회 모습을 86년 건국대 사태와 노태우정권 출범을 둘러싼 학생운동의 상황과 연결지어 대비시키고 소설속에 등장하는 정치인들도 DJ처럼 실명으로 처리하고 있다.
아직도 육필원고로 마감하는 그는 교수직을 맡기 전 하루 원고분량이 10~20장에 그쳐 스스로 과작(寡作)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를 지탱해온 고독한 글쓰기는 오랜 공을 들여 잉태되는 것이기에 그 빛을 더욱 밝게 발하는 노작(勞作)임에 틀림없다.
올해는 강의, 논문 등으로 시간이 부족하고 정신적 여유찾기도 힘들어 다른 소설구상이 힘들 것 같다는 그는 '작가실'이라는 목판이 매달려 있는 연구실로 총총 걸음을 옮겼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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