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공서 등 무턱댄 초대권 요구

입력 1999-03-31 14:06:00

"에-, 여기 ○○○인데요. 초대권 좀 없어요?"대구의 공연기획자들이 관공서를 비롯, 내로라하는(?) 기관들의 초대권 요구에 몸살을 앓고 있다.

30일 열린 장영주 초청독주회는 800여매의 초대권이 나갔다. 시민회관 1천600여석중 절반이 초대권 관객인 셈. 이중 협찬사에 배당된 600매를 빼면 200여명이 순수공짜 관객. 금액으로 환산하면 1천500만~2천만원어치. 지난 27·28일 공연된 '신의 아그네스'의 경우도 모두 500여매의 초대권이 발부됐다. R석 4만원으로 환산하면 모두 2천만원어치.

한 공연기획자는 "공연이 있을때마다 초대권을 '배달'하는데 진이 다 빠질 지경"이라며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대형 공연물의 경우 1천200만원에서 많게는 2천만원 어치의 초대권이 발매되는 것이 지역 공연계의 통례. 서울과 비교해 보면 전체 액수로는 비슷하지만 인구비례를 따지면 초대권 손님이 5배나 많은 셈이다.

초대권 요구가 많고 적음에 따라 흥행을 점치는 웃지 못할 일도 종종 벌어진다.영화도 마찬가지. 각 극장마다 한 편당 평균 1천여매의 초대권이 나간다. 선전용이 절반을 차지하지만 인기 있는 영화는 관공서등 각계의 초대권 요구로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홍보에 이용하거나 협찬 기업들이 사원들에게 격려용으로 초대권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알만한 사람'들의 '생색용'이란 것이 공연기획자들의 말. "한번 초대권에 '맛들인' 사람들은 절대 표를 사지 않아요. 건전한 공연문화 정착에 걸림돌이 됩니다"

초대권의 폐해가 갈수록 심해지자 대구시립예술단은 지난 97년 '초대권을 발행하지 않는다'는 협조서한을 각계 인사들에게 보내기까지 했다.

초대권 관객일수록 공연질서를 흐트리는 일도 잦은 편. "공연중간에 나가거나 애들을 데려와 시끄럽게 하고, 휴대폰 소리를 울리게 하는 것이 대부분 초대권 관객들"이라고 한 기획자는 말했다. 공짜다 보니 자연 관람태도가 진지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표원섭 가야대 연극영화과 교수는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해서도 '공짜 심리'는 버려야 할 것"이라며 "문화를 선도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들일수록 더욱 표를 구입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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