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병마와 싸우는 내 딸을 살려주세요. 졸업장도 쥐어보지 못하고 죽음의 공포에 떨고있는 딸자식을 도와 주십시오'.
지난 25일 계명대 신일희 총장실에는 경남 창녕에 사는 어느 학부모가 쓴 장문의 편지 한통이 날아 들었다.
단칸 셋방에 살며 행상으로 딸을 대학까지 보낸 64세 홀아버지의 편지였다. 13장의 편지지 마다 애절한 부정(父情)을 담아 보낸 사람은 계명대 국제학부에서 미국학을 전공한 딸을 둔 이정수씨.
지난달 8일, 졸업을 2주 앞두고 유치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이씨의 딸 유임(25)양이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갑자기 쓰러지고 말았던 것. "이 무슨 청천벽력입니까. 늦둥이로 얻은 막내딸이 대학생이라는 생각만으로도 즐거웠는데…"
경북대병원 무균실에 누워 어제부터 2차 항암치료에 들어간 이양의 유일한 희망은 골수이식수술. 의료보험 혜택을 받더라도 최소한 2천만원의 치료비가 필요하다. 지친 몸으로 행상조차 이제 힘겨운 이씨의 형편으로는 생각도 못할 큰 돈이다.
이씨는 어려운 가운데서도 오랫동안 소년소녀가장들을 돌보며 살아 온 것으로 알려져 편지를 읽는 사람들을 더욱 감동시켰다. "내 어릴적 배 곯던 생각에 끼니를 거르는 어린 것들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쌀 몇되씩을 나눠 먹은 것 뿐입니다" 창녕에서 기자의 전화를 받은 이씨는 "공연한 얘기를 편지에 썼나 봅니다. 하도 참담한 심정에…"라며 말끝을 흐린다.
이같은 사연을 접하자 신일희 총장은 그 자리에서 100만원을 내놓았고, 교직원들도 십시일반으로 유임양 돕기에 나섰다. 계명대 학생들도 30일 오후 노천강당에서 유문기 총학생회장이 창녕에서 온 홀아버지의 편지를 낭독하고 병상에 누운 학우를 살리기 위해 단과대 별로 모금함 설치에 들어갔다. 동아리연합회에서는 이미 300여장의 헌혈증서를 모았다.
유임양 돕기 소식을 접한 이씨는 끝내 목이 메인다. "이제 무슨 여한이 더 있겠습니까. 만물이 소생하는 이 봄에 병든 잎새처럼 야위어 가는 딸이 다시 건강을 되찾을 수만 있다면…"
〈趙珦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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