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29일 공정거래위와 금융감독위의 국정개혁보고회의에서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정부개입 문제를 스스로 제기, 눈길을 끌었다.
김 대통령은 금감위 회의에서 "정부는 결단코 개혁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이나 가급적 개입을 줄이고 자율로 하도록 해야 한다"며 "그러나 자율적으로 하지 않으면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김 대통령은 "정부는 그동안 필요한 최소한의 개입만 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불필요한 개입은 없었나 반성하면서, 하던 개입도 손떼고 자율적으로 하도록 해야 한다"며 자기반성적 모습도 보였다.
김 대통령은 이에 앞서 공정위 회의에서도 정부 출범 1주년 국제세미나에서 올펜손 세계은행총재와 노벨상 경제학상 수상자인 센 교수 등의 말을 인용하면서 "기업이 개혁노력을 하지 않을 때 정부가 어느정도 개입하는 것은 불가피하며, 빨리 손떼고 자율로 할 수 있도록 개입하는 것은 정당화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통령은 "우리도 하루빨리 기업이 자율적으로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움직이도록 '사랑의 매'를 드는 입장인데, 이것이 공정위가 할 일"이라며 정부개입을 필요악적인 '사랑의 매'로 묘사하기도 했다.
특히 김 대통령은 지난 26일의 재경부 국정보고회의에선 "아담 스미스는 자유방임주의자로 알려져 있지만 '경쟁은 최대로 보장하되 반독점, 공정거래를 위해선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소개했었다.
이러한 아담 스미스 인용과 정부개입 문제에 대한 이날의 입장피력은 김 대통령이 최근 자신의 경제개혁 정책에 대한 재점검과 경제학 재학습 과정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날 김 대통령은 공정위 회의에서 "5대재벌은 도리어 경제력 집중이 심화됐다는 말이 있다"고 지적한데 이어 금감위 회의에선 "부실금융기관 구조조정에 64조원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국내외에서 제기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당국자들의 견해를 묻기도 했다.
또 금감위 회의에선 "경기가 나아지니 워크아웃이 없다고 한다"거나 "부채비율을 200%이하로 줄이는 것을 장부상의 자산 재평가로 하는 것은 절대로 안될 말"이라고 지적하는 등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정부 밖의 비판적 지적을 경청하고 있음을 감추지 않았다.
김 대통령이 최근 경제부처 국정개혁 보고회의에서 보인 이러한 모습에 대해 일각에서는 국정홍보 차원에서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그에 대한 해명성 답을 얻기위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으나 한 핵심관계자는 "김 대통령이 호흡조절을 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김 대통령이 경제개혁의 지속적인 추진 필요성에 대한 확신을 전제로,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 끊임없는 자기반성을 해나가면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이라는 자신의 원칙을 재확인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