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아그네스'를 보고

입력 1999-03-30 14: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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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8일 대구시민회관에서 가진 '신의 아그네스' 공연은 차분한 가운데 치러진 열정적인 무대였다.

'신의 아그네스'는 21세의 처녀수녀 아그네스가 아이를 낳아 탯줄로 목을 졸라 휴지통에 버린 사건을 둘러싸고 벌이는 세사람의 이야기다. 과학적으로 설명하려는 리빙스턴 박사(윤소정), 신앙의 기적을 주장하는 미리암 원장수녀(이정희),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수녀 아그네스(윤석화). 결국 세 인물간의 '간격 좁히기'가 극의 초점이다.

적절히 가미된 성가곡과 주기도문이 성스런 분위기를 한껏 내며 갈수록 조여드는 긴장미가 볼만했다. 중견 세 연기자가 보여준 연기가 극의 탄력감을 더해 주었으며, 특히 미리암수녀역의 이정희씨 연기가 무게중심을 잡고 끝까지 이어갔다.

그러나 '21세 아그네스'에 얽매인 윤석화씨의 '가공된' 미성(美聲)이 관객의 몰입을 반감시켰다. 또 먼 좌석의 관객은 소·중극장용 연극을 대극장 무대에서 보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실감한 무대이기도 했다.

"대구 관객들은 부산·광주에 비해 점잖아요" 윤석화씨는 공연전 가진 인터뷰에서 다른 지방에 비해 대구관객의 반응이 냉랭한 편이라고 했다.

그래서 '신의 아그네스' 대구공연에 무척 신경썼다는 후문. "되도록 관객이 많이 오도록 하라"는 주문을 기획사에 내기도 했다고. 만원은 아니었지만 이날 대구관객의 관람태도는 진지했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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