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사고 수사착수도 않고 종결

입력 1999-03-29 15:14:00

"뺑소니범은 꼭 잡아야 합니다. 수사다운 수사 한번 하지 않고 수사를 종결짓겠다는 경찰의 태도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어젯밤 꿈속에서 남편 맥멀렌교수(60·대구대 영어영문학과 객원교수)를 만났다'는 아내 이정원씨.

이씨가 남편의 사고소식을 접한 것은 지난해 12월2일 자정이 지난 무렵. 학생 2명이 사택 문을 두드려 나가보니 "교수님(남편)이 대구대 인근 식당앞 주차장 입구에 쓰러져 있다"는 것. 주섬 주섬 옷을 챙긴후 급히 나가려는 순간 도착한 순찰차 뒷자석에는 체중 120kg의 남편이 쓰러져 있었다.

이씨는 곧바로 순찰차를 돌려 병원으로 향했다. 진찰 결과는 갈비 뼈 여러 곳이 부러지는 등의 중상. 겨우 의식을 회복한 남편은 '차에 치인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이후 맥멀렌 교수는 상태가 악화돼 아내 이씨와의 대화는 필담으로 이뤄졌다. 인공호흡기에 의존, 생명을 연장해 오던 맥멀렌 교수는 그러나 12월30일 끝내 숨졌다.

맥멀렌교수는 숨지기전 '차에 치인 것이 기억난다''살인자 자동차' '두번 쳤다'는 등의 필담을 수차례에 걸쳐 남겼다. 명백한 뺑소니 사고였다. 그러나 사고후 경찰이 취한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 아내 이씨의 주장이다. 경찰이 처음 병원을 찾아 이씨나 맥멀렌 교수의 증언을 들으려 한 것은 사건발생후 27일이 지난후였다. 맥멀렌교수가 숨지기 불과 하루전이었고 의식불명상태였다.

당시 맥멀렌 교수가 술을 마셨던 대구대 인근 식당 주인은 용의자로 지목되는 사람들의 인상착의를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고 했으나 몽타주작성도 않았다는 것대신 이씨는 최근 오는 3월말로 수사를 종결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뺑소니범은 꼭 잡아야 합니다" 이씨는 경찰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鄭昌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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