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클래식 음악용어와 작품번호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에게 슈만(1819~1856·사진)은 구세주와도 같은 작곡가다. 역대 음악가 중 가장 교양이 풍부했던 것으로 평가받는, 특히 낭만파 문학에 조예가 깊었던 슈만은 수많은 표제음악(특정 관념, 사물을 묘사하기 위해 제목을 단 음악)을 남겼기 때문이다.
슈만의 첫작품(op.1)인 '아베크 변주곡(Abegg Variationen)'에서 '아베크'는 슈만의 친구 이름.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각 영어 알파벳이 의미하는 음이름(알파벳 'c'는 '도'에 해당)을 Abegg란 이름에 한번 대입해보자. 'A(라)-B(시)-E(미)-G(솔)-G(솔)'은 이 작품의 주제부에 쓰인 중심음계와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슈만의 장난기와 천재성을 엿볼수 있는 작품.
'환상소곡집(op.12)'은 문학에 심취했던 스물일곱의 청년 슈만이 시적인 표제를 붙여 완성한 8개의 소품이다. 조용히 스며드는 석양의 정서를 묘사한 '석양', 하늘을 날듯한 정열을 노래한 '비상', 의심에 빠져 갈피를 잡지 못하는 젊은이의 '어찌하여?' 등 작품마다 붙은 표제가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반면 연주자에게는 고도의 기교와 표현력이 요구되는 까다로운 명곡.
'교향적 연습곡'(작품13)은 '연습곡'이란 제목과 다르게 종래의 피아노곡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폭넓은 음과 스케일이 교향곡같은 느낌을 주는, 만만치 않은 곡이다.
슈만이 자유로운 상상력을 무기로 당시 음악계의 형식적이고 보수적인 경향과 맞섰던 것을 염두에 둔다면 좀더 깊이 있는 음악감상이 될 것이다.
〈申靑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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