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조건이 최악의 상태라 조종사는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날 워싱턴에는 차가운 겨울비가 내리고 있었다. 부조종사가 당황한듯 겁을 먹고 물었다. "계기판이 왜 이렇습니까? 꼭 이륙해야 되겠습니까?"조종사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출발"하고 조종사는 신경질적인 투로 말했다.
비행기는 이륙한지 채 삼십분도 되지 않아 추락하고 말았다. 승무원과 승객은 대부분 사망하여 포토맥 강위로 떨어졌다.
블랙박스를 조사한결과 조종사는 부조종사의 염려를 완전 무시해 버렸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그 이유는 아직 아무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심각한 인간관계가 이러한 비극을 잉태했다는 사실이다. 두 사람사이에 커뮤니케이션만 제대로 됐더라도, 부조종사가 자기주장을 좀 더 잘 펼 수 있었다라도 이러한 비극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최근에 와서 조직내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이 인적자원이라는 사실을 중시하기 시작했다. 교통체증으로 낭비되는 휘발유의 양이 얼마이며, 음식쓰레기로 버려지는 식량의 낭비가 얼마나 심한가 하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비등하다. 그러나 가정이나 직장에서 그릇된 인간관계 때문에 사장되고 있는 인력자원에 비하면, 이러한 낭비는 그야말로 '조족지혈(새발의 피)'이다.
우리 인생에서 성공과 실패의 열쇠는 인간관계에 달려있다. 아무리 유능한 사람이라도 미움과 갈등에 휘말리면 그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능력발휘는 둘째 문제이고 배척당하지 않고 심리적 장애에 시달리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비록 견해가 다르다 하더라도 단 한번이라도 상대방 입장에서 경청해 주고,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고 수용해 주면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 세상이 될까. 부모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지능보다도 인간관계 기술의 교육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겠다.
〈대구효성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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