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향대 중문과 박현규 교수가 중국 북경대도서관에서 최근 발굴한 '일하제금합집'(日下題襟合集·이하 합집)은 당시 청나라 수도 북경을 찾은 조선사절단을 만난 중국인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매우 독특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조선 외교사절로 중국, 즉 청나라를 다녀온 뒤 남긴 기록을 흔히 연행록(燕行錄)이라 하는데 홍대용의'을미연행록'(乙未燕行錄)과 연암 박지원의'열하일기'(熱河日記)가 유명하다.
이번에 발굴된 '합집'은 홍대용이 영조 42년, 청나라 건륭황제 31년(1766년) 북경을 방문했을 때 홍대용을 비롯한 조선사절단 일행과 엄성(嚴誠)을 비롯한 중국 항주 출신 문인들이 주고받은 시문과 서찰 등을 엄성이 기록한 것으로 말하자면 중국인이 쓴 연행록이라 할 수 있다.
북경대 도서관 선실본에 소장된 이 책은 전부 3책으로 크기는 29.7×17.4㎝이며 홍대용 일행을 직접 찾아가 이들과 교유했던 엄성의 유언을 받들어 1767년 주문조(朱文藻)라는 중국인이 편찬한 것이다.
그러나 원본은 사라지고 현재 북경대에 남아있는 것은 청 도광 30년(조선 철종원년·1850년) 나이지(羅以智)라는 중국인이 주문조의 책을 필사한 것이 남아있다.서문엔 엄성 일행이 북경으로 과거 보러갔다가 홍대용 등을 만나게 된 과정이 수록돼 있고 본문은 조선사신단 6명의 인물에 대한 기록이다.
홍대용을 비롯한 사절단의 화상을 수록하고 이들과의 교유 과정과 인물평을, 서찰 등을 담고 있다. 조선사신들의 시 또한 많이 수록하고 있는데 이들 중 많은 시가 국내에는 남아있지 않은 것이다.
국내 홍대용 연구전문가인 동국대 김태준 (국문학)교수는 "이 책은 조선총독부가 발간한 '조선사료집진'이라는 간행물에 따르면 충남 연기에 사는 홍사덕이라는 사람이 소장하고 있었으며 나중에 숭실대 기독교 박물관에 소장된 것으로 알고 있으나 이후 국내에서는 자취를 감춘 상태"라고 말했다.
김교수는 "이 문헌이 중국에서 발굴됨으로써 '을미연행록' 하나로만 이뤄지던 홍대용, 혹은 그와 중국문인들간 교류사 연구가 획기적인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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