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김종훈씨 귀국연주회

입력 1999-03-24 14:17:00

바이올리니스트 김종훈(30)씨. 자신에게 늘 붙어다니는 '시각장애인'이란 수식어가 그에겐 버겁다. 섬세한 활의 위치를 포착하고 가장 좋은 소리를 고르기 위해 그토록 갈구했던 '시력'이지만 이제 무대에 서면 눈을 질끔 감는다. 세계 무대에서 오직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은 그의 각오이기도 하다.

오는 29일 오후7시30분 대구시민회관, 4월1일 대전우송예술회관, 5일 서울세종문화회관에서 잇따라 열리는 김씨의 귀국연주회는 그의 성장을 가늠해보는 무대다. 11세때 늦깎이로 바이올린에 입문, 한양대 음대, 독일 테드몰트 음대를 거쳐 현재 독일 한스 아이슬러 대학에서 학위 취득을 눈앞에 두고 있는 김씨는 줄곧 장학생으로 대학을 다니고 있을 만큼 재능을 인정받고 있다.

생후 8개월때부터 백내장을 앓아 사물의 윤곽만 겨우 알아보는 시각장애인으로서 좌절도 수없이 겪었지만, 시련은 그의 음악세계를 살찌우는 '자양분'이 되기도 했다. 22일 공연을 앞두고 잠시 대구를 찾은 김씨는 '안 보이는 눈' 때문에 오히려 '뜬 눈'으로 지샌 밤이 수없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악보를 보면서 연습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밤새 악보를 외워놓고 나서야 낮에 바이올린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29일 대구시민회관 공연에서는 바하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제2번 샤콘느',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제5번 F장조',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 생상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작품28)'가 연주된다. 또 대구지역 청각장애인들로 구성된 '수화앙상블'이 우정 출연, 수화로 부르는 노래를 선보이며 뜻깊은 무대를 꾸민다. 문의 651-3312.

〈申靑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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