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가급등, 대책 시급하다

입력 1999-03-24 00:00:00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비롯한 주요산유국들이 4월 1일부터 원유생산량을 하루 210만배럴씩 줄이기로 합의함으로써 올들어 가까스로 회복기미를 보이는 우리 경제에 또한 차례 한파가 몰아닥칠 것 같다.

1월중 배럴당 10(두바이산)~13달러(서부텍사스산)선이던 국제유가가 최근들어 이미 2달러 정도 올랐고 산유국들의 합의에 따른 감산이 실행되면 연말께는 배럴당 20달러 수준으로까지 급등할 전망이다.

이같은 유가인상 추세에 따라 국내정유사들은 벌써 내달부터 휘발유 가격을 ℓ당 1백원정도 올릴 태세를 보이고 있어 국내경제에 심각한 영향이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원유가 인상은 연간 8억7천만배럴의 원유를 수입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1달러 오르면 당장 8억7천만달러의 적자요인을 초래하고 배럴당 20달러까지 치솟는 최악의 상황이 오면 연간 87억달러의 적자요인을 안게된다.

또 이에 따른 수출상품의 원가와 물가의 상승은 수출경쟁력의 저하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올해 250억달러 무역수지흑자목표는 하향수정이 불가피하게 되고 외환위기속에 초미의 과제가 되고 있는 외채상환이 어려워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석유값인상이 모든 공산품과 서비스 가격의 인상을 부추긴다는 점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국내소비자물가는 0.1~0.2%정도 상승할 것으로 분석되는 만큼 올해 소비자물가 3%선 목표의 달성은 매우 힘들 것 같다.

이는 임금상승과 고용불안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국제수지흑자행진에 장애가 생기고 물가안정이 흔들린다면 올해부터 우리 경제가 회복국면으로 돌아설 것이란 기대가 무너질 것 같은 걱정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원유가 인상이 이미 우리경제에 피할 수 없는 악재가 된 이상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기름 한방울 나지않는 우리의 경우 언제나 그러하듯 가장 우선적인 것은 소비절약이다.

한집에 한등 끄기등 에너지 절약운동을 더욱 실효성있게 추진하고 에너지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시설과 에너지 절약형 제품개발의 장려 등에 특별한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할 것이다.

에너지 절약과 효율성 제고 정책은 벌써부터 있어 왔지만 꾸준하고 일관성있게 추진되지 못해 효과를 높이지 못했다. 그동안 시행된 정책을 다시 점검하고 새로운 대책도 찾아야할 것이다.

아울러 정책당국에 당부할 것은 원유가인상폭이 석유제품 가격에 모두 반영되지 않도록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유가에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일본이나 대만 보다도 높은 세계 4위란 점은 다시 검토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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