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경씨 일가 어디로 갈까

입력 1999-03-24 00:00:00

태국주재 전직 외교관 홍순경씨 일가의 납치·탈출사건이 23일 현지 북한대사관에 억류돼 있던 홍씨의 아들 원명씨의 석방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여기에다 원명씨가 이날 석방된 후 태국 외무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으로 가겠다"고 밝혀, 현재로서는 홍씨 일가의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지 예측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일단 관심의 초점은 과연 홍씨 일가가 가족회의에서 망명희망지를 어디로 택하느냐에 모아진다.

홍씨 부부는 그동안 아들이 북한 대사관에 억류돼 있는 불안정한 심리상태에서 미국, 캐나다, 호주, 한국 등을 망명희망지로 꼽은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원명씨가 "부모를 설득해서라도 북한으로 가겠다"고 공언한 마당이어서 홍씨 부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지는 불투명하다.

한편으로는 원명씨가 지난 9일부터 보름 가까이 북한대사관에 억류된 온 점을 감안할 때, 이날 원명씨의 북한행 발언배경에는 북한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부모에게 설득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이 과정에서 홍씨 일가에 대해 난민지위 판정을 했던 유엔고등판무관(UNHCR)이 중립적인 입장에서 홍씨 일가의 진의를 파악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만일 홍씨 일가가 북한행을 원한다면 문제는 복잡하게 된다. UNHCR은 망명희망자가 본국으로, 돌아가 처벌을 받게될 것이 분명할 경우 본인의 의사가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를 막아야 할 의무가 있다.

홍씨가 미국, 캐나다, 호주, 한국 중 어느 한 곳을 선택하게 될 때는 UNHCR이 나서 접수국이 받아줄 용의가 있는지를 타진하게 되며, 어느 곳도 받아주지 않게되면 로마에 있는 UNHCR 난민보호처로 이들의 신병을 옮길 가능성이 높다.

한국정부는 홍씨 일가의 자유의사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기 때문에 미국 등 제3국이 홍씨 가족의 망명을 거부할 경우에는 한국행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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