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직원 '직장협의회' 첫 발족

입력 1999-03-23 15:23:00

"맹목적인 상명하복은 이제 그만"

22일 오후 6시30분, 일과후 대구시청 대회의실에 모인 공무원들은 다소 상기된 모습으로 이렇게 다짐했다. 바로 대구시 공무원 직장협의회가 발족되는 순간이다.광역 자치단체로서는 전국 첫 창립총회. 공무원 노동조합 성격이라 이 눈치 저 눈치 살피기도 했지만 이날까지 가입대상 821명(6급이하)중 535명이 가입했다. 가입률 65.2%. 지난 11일부터 가입원서를 배부, 불과 열흘만에 이렇게 접수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예상밖의 높은 참여열기에 주최측도 놀랐다.

비록 단결권과 교섭권밖에 없는 모임이지만 '기관장과 연 2회에 걸쳐 협의할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이제는 하위 공무원들도 한층 목소리를 높일 수 있게 된 것.

"공무원이 무슨 노조 성격인 단체에 가입하느냐" 며 처음에는 망설이던 사람들도 "그래도 제 목소리를 내며 일하자"는 분위기에 휩쓸려 협의회를 찾기 시작했다. 박성철 협의회대표자(자치행정과)는 "3월말까지는 무조건 100% 가입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특히 대구지역의 가입률이 이처럼 높은 것은 정치적인 소외감에 대한 반작용도 다소 개입됐을 것" 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나 협의회가 당장 어떤 색깔을 내기는 어렵다. 공무원 연금문제, 보수 수당문제, 의보제도 등 먼저 복지 부문에 난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단일 협의체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 전국적인 연계도 고려해야 하는 어려움도 뒤따른다.

경직된 공무원 조직에서 협의회가 어떤 위상을 수립할지, 또 단체장이나 상급 공무원들이 이들 조직을 어떻게 평가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상당수 회원들은 "이제는 공무원이 선거 운동에나 동원되고 상부지시에는 무조건 복종하는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탈피, 시민들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처럼 직장협의회가 단순 견제세력이 아닌 친절하고 봉사하는 공무원 상을 창출하는 '재생산 기구'가 된다면 행정개혁은 훨씬 앞당겨질 것이다.〈尹柱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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