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된 정부 조직개편 안

입력 1999-03-23 15:39:00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구현하겠다며 새 정부출범 1년 만에 다시 정부조직 개편에 나섰지만 23일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정부조직개편안'은 정치논리와 부처 이기주의에 휘말려 부처 통폐합은 손도 못댄 채 1년 전으로 되돌아 갔다.

정부수립 이후 처음으로 46억원의 예산을 들였다는 컨설팅 비용만 날렸다. 특히 권력구조개편 논란이 마무리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정부조직 개편에 나서는 바람에 내각제로 권력구조가 바뀔 경우 다시 한번 정부조직은 개편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밖에 없게 됐다.

이날 확정된 정부조직 개편안은 우선 언론통제기관으로 찍혀 폐지됐던 옛'공보처'가 '국정홍보처'라는 이름으로 부활되고 '중앙인사위원회'를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있다.

기획예산위와 재경부가 힘을 겨루며 논란을 빚었던 예산권은 기획예산위에 이관돼 '기획예산처'로 확대개편됐다. 그래서 이번 정부조직개편작업을 주도했던 기획예산위가 46억원으로 '자기 밥그릇'만 챙긴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신설, 재경부가 경제정책을 조정하도록 했으나 예산권을 가진 기획예산처와 경제정책 조정기능을 챙긴 재경부 간에 주도권 다툼이 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 예산권을 가지면서 막강해진 기획예산처와 재경부가 주요 경제현안 조율을 둘러싸고 난맥상을 보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통폐합이 거론된 해양수산부와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 산업자원부, 보건복지부, 노동부는 결국 아무런 상처없이 살아 남았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정부조직개편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기도 전에 후임 해양부장관과 과학기술부장관을 임명해 버렸다.

해양부폐지안은 부산지역의 민심이반을 우려한 정치논리 때문에 없었던 일이 돼 버렸고 과기부-산자부-정통부, 노동부와 복지부의 통합방안은 자민련출신 장관의 반발 등 정치권의 당리당략과 해당부처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밖에 3급이상 고위공직자의 30%를 민간인으로 충원하겠다는 개방형 임용제 도입 방침도 공직사회의 강력한 반발로 사실상 무산됐다.

결국 이번 정부조직개편으로 17부2처4위원회16청으로 돼 있는 정부조직은 17부 4처 4위원회 15청으로 오히려 1개가 늘어나 '거꾸로 간 개편'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