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참는 자의 복

입력 1999-03-23 14:04:00

불교경전에는 인욕 바라밀이라는 것이 있고, 기독교 성서에는 참는 자는 복이 있다는 말이 있다. 과연 그런가? 과연 참는 것이 극락이나 천당으로 가는 길인가?

옛날에 식모라는 말이 있었다. 식모(食母)는 문자 그대로 보면 식사를 담당하는 어머니이다.

유모, 고모, 이모, 숙모 등과 같은 어머니의 개념이었다. 그러나 초기 산업화 사회에서 식모는 노예이하의 인간이었다. 또 최근까지 기독교 성서에 병신(病身)이라는 말이 있었다. 이 말이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의미의 병신이었으면 성서에 쓰이게 되었을까?

참는 것은 절대로 복이 될 수 없다. 참는 자만이 정신병에 걸리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신경성 질병은 모두가 참는데서 온다.

참는다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자. 화가 났을 때에는 화를 귀중하게 여겨야 한다. 화는 살고자 하는 강력한 생명 현상이다. 기쁨이 약한 생명현상이라면 화는 강력한 생명현상이다.

화나게 한 사람에게 귀중한 화를 되돌려 드리자. 하챦은 달걀도 함부로 주지 않는데 귀중한 화를 함부로 줄 수 있는가! 잘 드리자. '당신이 이러이러하니까.(내가 맛이 좀 가서 그렇겠지만)지금 나의 기분은 화가 납니다'라는 말로 되돌려 드리자.

이것이 참는 것이다. 상대방이 너무 맛이 가서 나의 분노를 되돌려 받을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을 때에는 드리지 말라.

받지 않으려는 사람에게는 황금도 주지 않는 것이 옳은 일이다. 대신 신께 드리자. 부처님께 드리자. 신이나 부처님께서는 당신의 분노를, 강력하고 찬란한 생명현상을 기꺼이 받으실 것이다. 이것이 진정으로 참는 것이다. 행복하십시오.

〈경북대 교수·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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