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오부치의 용의 주도

입력 1999-03-22 15: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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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부치게이조(小淵惠三)일본총리가 주말을 이용, 2박3일의 방한일정을 조용히 끝내고 돌아갔다.

온화한 외모답게 일본정계에서는 그가 무대뒤의 협상과 절충에 뛰어난 조정력을 발휘한다고 해서 '인품의 오부치'로 통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시종 순항하는 양국의 현안들만 조명된 느낌이 없지않다.

오부치총리는 26세의 최연소 당선을 앞두고 당시 자민당 청년국장이던 다케시타 노보루(竹下登)의 도장을 멋대로 찍어 '오부치를 자민당 청년국대표로 임명한다'는 위조된 공문서로 해외출장을 떠난 일면도 있었다.

의원으로서 해외경력이 당락을 좌우한다고 믿었던 탓이다. 그는 와세다(早稻田)대학시절. 정치인을 꿈꾸며 정치인은 연설을 잘 해야 한다며 '웅변부', 국회의 난투극에 대비해서는 '합기도부'에 겹치기 입회, 집념에 끈질긴 일본인의 단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가 귀국하자 마자 총리관저에서 "일본에 대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젊은 사람들과 만나 악수를 나누고 대학에서 안보문제에 대해 연설하는 것 등은 지금까지는 생각할 수 없었다"고 서울의 분위기를 전했다.

일본 정치인이 자신의 정치적 성과를 설명하는데 이의를 제기할 만큼 한국인이 협량(狹量)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21C를 향한 한일동반자시대'에 너무 미혹. 우리의 지도자들이 자화상을 뒤로한채 어울리지 않는 국량(局量)을 자랑한 것이 아닌가 우려될 정도다.

그의 방한결산 어느 구석에도 공통의 현안인 어업협정문제, 만성적인 대일무역적자문제가 심각하게 논의된 흔적이 없다.

난투국회에 대비, 대학시절부터 '합기도부'에 입회할 만큼의 오부치식 용의주도함이 있었는가 되짚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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