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통합에 지역구 초긴장

입력 1999-03-19 00:00:00

한나라당 호남·충청권위원장들이 중대선거구제로의 선거구 변경을 건의하고 국민회의가 신축적인 입장을 밝히는 등 선거구제 변경문제가 정치개혁 협상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소선거구제든 중대선거구제든 간에 통합이 유력시되는 지역에서의 지역의원들 간의 신경전이 '이전투구'양상으로 가열되고 있다.

지난 14일부터 닷새간 계속된 단위농협조합장들의 국민회의 입당을 둘러싼 권정달(權正達)의원과 권오을(權五乙)의원의 '난타전'도 따지고 보면 선거구 통합에서 비롯된 것이다. 안동은 인구가 18만여명에 불과해 현행 선거구제의 인구 상하한선(7만5천-30만)명을 기준으로 봐도 통합이 불가피한 지역이다.

지난 15대 총선에서는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도농통합지역에서의 특례를 인정하는 바람에 2개의 선거구로 살아 남았으나 이번에는 이같은 예외가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권의원은 같은 당소속이었을 때는 물론 권정달의원이 국민회의로 입당해 당적을 달리하고 있는 지금까지 사사건건 부딪치고 있다.

대구·경북에서 안동이 가장 뜨거운 지역이지만 경주(29만명)와 대구 서구(30만명)도 만만치 않다. 경주 갑,을 선거구의 김일윤(金一潤)건교위원장과 임진출(林鎭出)의원은 같은 한나라당 소속이지만 경쟁의식을 노골적으로 보이고 있다. 임의원은 오는 22일 김위원장이 초청하는 경북의원들의 골프모임에 참석할 예정이다. 같이 자리를 하면서 상대방의 행보를 감시하겠다는 것이다. 임의원은 "선거구가 합쳐진다면 같은 당소속이지만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대구 서구갑의 백승홍(白承弘)의원도 강재섭(姜在涉)의원(서구을)과의 신경전을 피하지 않고 있다. 백의원은 지난 4일 대구지역의원의 오찬모임에서 다른 의원들이 보건말건 지역구에서 떠도는 소문을 화제로 강의원과 설전을 벌였다. '모의원은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직계니까 공천을 받거나 전국구로 간다'는 등의 소문이 확산되고 있는데 서로 상대가 퍼뜨린 것 아니냐며 얼굴을 붉힌 것이다.

한나라당 김윤환(金潤煥)의원과 자민련 박세직(朴世直)의원이 당적을 달리하고 있는 구미도 33만여명으로 단일선거구 가능성이 높아 양 진영이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0만명이 채 안돼 인접 지역간의 통합이 예상되는 성주-고령의 주진우(朱鎭旴)의원과 칠곡-군위의 장영철(張永喆)의원도 선거구 재협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인구 상하한선이 조정되든 중대선거구제로 변경되든 간에 선거구가 통폐합되는 것은 확실하기 때문에 지역의원들간의 '선거구 전쟁'은 첨예화될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徐明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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