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꿴 첫 단추... 年 수兆원 손실

입력 1999-03-18 15:21:00

재협상까지 가는 진통을 겪은 끝에 최종적으로 마무리된 한일어업협정은 우리 어민들에게 어획량 감소 피해와 함께 한꺼번에 '너무큰'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겨줬다.

어민들의 피해규모에 대해 업계에서는 최소 5천억원에서 최대 수조원, 정부는 직접손실액 474억2천400만원과 간접손실액 778억9천400만원을 합해 1천253억원으로 각각 추정하고 있다. 이같은 어획량 감소는 어민들 뿐만 아니라 고기상자 제조회사, 어묵공장 등 관련업계에도 당연히 큰 손실을 주게 됐다.

한편 가장 중요한 어장이었던 일본 근해에서 조업하기 위해서는 종전과는 전혀 다른 5단계의 까다로운 신고절차를 밟아야 하고 어획량도 할당된 수준(14만9천800t)을 초과할 수 없게 됐다.

쌍끌이 조업을 위한 추가 쿼터를 얻어내지 못하고 다른 어업의 쿼터를 전용하도록 함에 따라 자칫 우리 어민들 간에 갈등이 빚어질 수 있는 위험부담도 뒤따르게됐다.

▲일본수역내 어획량 감소=연간 평균 20만7천119t(1천400억원 상당)인 조업실적이 연간 14만9천800t으로 5만t 이상이 줄어들었고, 이번 재협상을 통해서도 추가로 어획쿼터가 늘어나지 못했다.

지난달 5일 실무협상에 누락됐던 쌍끌이 어선의 경우 재협상결과 80척만 조업하는 것으로 조정됐고 복어와 갈치채낚기는 각각 74척과 18척이 추가조업하게 됐다.반면 일본어선의 한국 수역내 어획량은 지난달 본협상에서 합의된 것과 변화가없는 9만4천t이나, 입어척수는 약간 늘어나게 됐다. 복어반두(야간에 불을 밝혀 몰려드는 복어를 그물로 떠잡는 조업)어선수를 종전 4척에서 30척으로 추가확보했고제주도 주변수역에서의 조업어선수도 35척에서 48척으로 늘어난 것이다.

▲어종 및 업종별 피해상황=한일어업협정의 전면 적용에 따라 고등어(6만t)와 오징어(2만1천t) 등은 '기존실적을 토대로 3년간 양국이 동등한 수준을 유지한다'는 정신에 따라 우리 어획량이 절반 가량으로 줄어들었다. 연간 5만7천t 가량을 잡고있는 명태는 올 한해만 일본해역에서의 조업이 허용되고 허용량도 1만5천t으로 급감하게 됐다.

활오징어채낚기는 성수기인 3~6월에 일본수역인 대마도부근 조업이 금지돼 부산경남 어선 2백여척이 타격을 입게 됐다.

통발어선은 서일본수역에 조업해온 7천500~8천척의 어선수가 2천500척으로 감소해 사실상 우리어민들의 일본수역내 통발조업이 어렵게 됐고 저자망 대게잡이는 조업방법이 동력선으로 그물을 끄는 저인망으로 바뀌게 돼 기존의 저자망 30척의 어업이 포기상태다.

일본수역에서 연간 어획량 72%와 42%를 잡고 있는 트롤과 외끌이어업의 경우 동경 128도 이동(以東)조업이 사실상 금지됐다. 이밖에 중일잠정조치수역에서 조업해온 복어와 갈치채낚기는 각각 74척과 18척의 추가조정이 재개됐지만 일본의 엄격한 입어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물제조 등 관련업계 타격=어획량 감소와 출어포기로 수리조선, 고기상자제조회사, 어묵공장, 어망제조업체 등 수산업계가 일대 타격을 받게 됐다.

부산의 11개 고기상자 제조회사들은 한일어업협상으로 파산위기에 처하게 됐고 25개 수리조선업체들도 어민들의 출어 포기가 속출하면서 벌써부터 수리할 물량이 급감하고 있다.

부산경남의 200여개 어묵가공업체들도 원료인 강달이, 갈치새끼 부족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그물제조업체와 기름과 식수, 부식을 공급하는 어선용품 생산업체들도 출어 어선수 감소로 이미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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