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전직 대구시장은 대구경제가 10년쯤 뒤에 큰 위기를 맞게될 것으로 내다봤다. 무너진 경제기반을 복구할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그때 쯤 무산업도시로 떨어질 우려가 없지않다는 지적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밀라노프로젝트는 대구경제의 미래를 건 사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구시민이라면 누구나 사업의 성공적 귀결을 고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업 추진을 둘러싼 논의들을 지켜보면 절반의 실패를 전제로 한 느낌이다.
산자부나 대구시의 졸속한 계획입안은 사업에 대한 방향감각을 잃게 만들었다. 어패럴 밸리라는 공허한 계획이 그 대표적인 예다. 걷지도 못하는 아이에게 뛸 것을 요구하는 격이다.
사업선정에 있어서도 충실한 검토 없이 17개 사업을 짜깁기 해놓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사업의 필요성이나 중요도, 우선순위가 제대로 반영된 것인지 의아심을 갖게한다. 골격을 전부 새로 손질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계획이 이렇게 엉성하게 짜였다면 실행능력이라도 갖추고 있다는 것인가. 대답은 '노'다. 지금까지 지역 섬유업계가 대구시의 경제시책에 만족감을 표시한 적은 없다. 차라리 걸림돌이나 돼주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 일상적이었다.
대구시에 경제시책을 제대로 집행할 능력자가 없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밀라노 계획의 추진 주체가 돼야할 업계 또한 마찬가지다. 대구시장이 선출직인 섬유단체장의 물갈이론을 들고나올 정도로 인적구성이 취약하다.
물론 물갈이론 그 자체는 어불성설이다. 존중돼야할 섬유단체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선출직 시장의 무능을 이유로 사퇴하라는 논리와 같아진다. 그런데도 업계가 침묵하고 있는 것은 스스로의 자존심을 지킬수 있는 인물이 없어서다.
더욱 모양새가 우스운 것은 대구시장이 밀라노특위의 위원장을 맡겠다는 발상이다. 위원장 자리는 당연히 지역 섬유업계 대표에게 돌아가야할 몫이다. 지역 섬유업을 살리고 죽이고의 최종 책임은 대구시가 아니라 지역업계가 지게된다.
공부 못하는 아들 대신 아버지가 시험을 쳐주겠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그런데도 업계는 대구시의 묘한 발상을 저지시키지 못하고 있다.
제대로 시험을 볼만한 인물을 갖고 있지 않아서일 것이다. 리더십과 능력의 문제다. 이 또한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계획이 엉성하고 집행할 능력자가 없다면 끼리 끼리 화목하기라도 해야할 것이다. 그런데 째지게 가난한 집에 웬 싸움이 그리 많은지, 또 한번 우리를 실망시킨다.
우선 대구시장의 직선적 태도가 시와 업계의 화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잖아도 말많은 업계에 불쑥불쑥 돌을 던져대니 업계가 더 시끄러워지고 있다.
밀라노 프로젝트보다 주변잡음 제거에 더 많은 시간과 정력을 낭비해야할 형편이다. '왕따시장'이 되지않도록 유의해야 할 일이다.
업계 내부의 사정도 진배 없다. 소위 어른이라는 사람들부터 패를 갈라 잇속챙기기에 나서니 서로 먹겠다고 아우성이다. 이런 집안이 화목할 리가 있겠는가. 공리공익은 온데간데 없고 무성한 욕설만 난무하는 것이 오늘의 업계다. 섬유도시 대구가 쌍방울, BYC 같은 전국 브랜드 하나 갖지 못하게 된 원인도 여기에 있다.
밀라노 프로젝트의 하부구조는 이런 것이다. 그래서 너무 염려스럽다. 대구시나 업계는 아집과 욕심을 버리고 참회하는 자세로 계획을 추진, 시민의 성원에 보답해주기 바란다.
〈박진용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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