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개혁교육의 현장-하이드 리더십 고교

입력 1999-03-16 14:04:00

"학교 졸업후 4년제 대학에 들어가서 동물학을 공부하고 싶습니다. 고교 재학중에는 미식축구팀 주장으로 활동했어요.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합니다. 귀교에 입학하고 싶은데 필요한 서류양식과 정보를 보내주었으면 합니다"

졸업반 자말 아민군은 컴퓨터 앞에 앉아 편지를 쓰고 있었다.

수신인은 코네티컷 주에 있는 한 대학교. 일종의 자기소개서로 그 대학에 입학하고 싶다는 내용이다.

"지금은 컴퓨터 수업시간입니다. 별다른 과제가 없어 소개서를 미리 써보고 있어요"

우송방법은 학교측이 학생들에게 하나씩 주소를 부여한 E메일. 순식간에 여러 학교에 지원서를 부칠 수 있어 편해졌다고 아민군은 덧붙였다.

이 반에는 9학년 6명과 12학년 5명 등 모두 11명이 앉아 있었다. 학년도 달랐지만 학습내용도 학생들에 따라 서로 달랐다. 보조교사를 포함해 2명의 교사가 일단 기본과정을 가르친 뒤 개별지도하는 형태다.

이런 학습방식은 학생들에게서 호평을 받았다.

아민군은 학습에만 치중하기 보다는 인성도야를 더 강조하고 학교에서 생긴 모든 일을 가족에게 통지하고 의논하는 것을 하이드학교의 강점으로 들었다. 교사가 1:1 지도방식으로 철저히 가르친다는 점도 좋다고 말했다.

학생 수는 모두 160명. 교사가 10명이므로 1:1 교육이 가능한 규모다.

이에 더해 이 학교는 학습부진아 및 문제아 특별교육과 상담활동에 유난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학습부진아 반에서 교육받는 학생은 17명으로 전체의 10% 남짓. 읽기, 쓰기, 셈하기 등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인데 정규수업을 마친 뒤 하루 1시간씩 따로 이 반에 모여 보충수업을 받는 식이다.

2년째 학습부진아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안드레아 드 니콜라교사는 "이들도 결국은 졸업해서 대학에 갈 수준이 될 것"이라며 학습부진아 교육에 자신감을 보였다.수업 이외에 드 니콜라교사가 하는 중요한 일은 정규반 교사들과의 협의. 정기적으로 부진아 학생들을 시험해서 진척정도를 가감 평가해 정규반 교사들에게 통보해준다. 이를 참조해 부진아반의 진도를 조정하는 것은 물론이다.

정해놓은 과정에 얽매이기보다 학생 상황에 맞추는 이른바 '눈높이' 교육이다. 그러나 학교가 특히 신경쓰는 반은 학습부진아 반이 아니다. '감정적으로 심하게 뒤틀린' 문제아 학생들을 지도하는 게 사실상 더 큰 일. 현재 학생 2명이 이 특별과정에 들어 있다.

이때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이기 보다는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된다. 가정문제가 많아 제2의 부모 역할을 해야할 때도 적잖다.

93년 이 학교 창설멤버로 왔다는 코니 프리어교사는 상담실 교사이기도 하다. 문제아 학생들을 맡고 있지만 일반 학생들의 진학, 학습, 개인문제 등 온갖 자질구레한 상담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루 30명쯤 상담실 문을 두드립니다. 아니 문을 두드릴 필요도 없지요. 늘 열려 있으니까요"

오는 학생을 앉아서 맞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하루 2시간씩 짬을 내 3명 정도와 개별 대화시간을 갖는다. '상담교사를 만나는 학생은 특별히 문제가 있는 학생'이라는 인식을 깨기 위해서다.

프리어교사는 "나는 학생과 관련된 온갖 일을 다 맡습니다"라며 남다른 자부심을 표현했다.

실제 취재도중에도 한 여학생이 울며 들어와 "제가 알기로는 복장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데 옷입은 게 규정위반이라고 지나가는 선생님께서 지적하셨어요"라고 하소연했다.

프리어교사는 일단 학생을 다독거리며 복장규정을 뒤져본 뒤 학생에게는 잘못이 없음을 밝혀냈다. 그 교사를 찾아가 잘못 지적했음을 인정받은 것은 물론이다.

부언이지만 이 학교의 복장규정은 그리 엄격한 편이 아니다. "자기에게 어울리는 옷이 어떤 것인지 스스로 찾아내도록 하려는 배려입니다" 프리어교사의 설명.

-----▶교육이념-5좌우명·5주의·5신조

이 학교의 정식 명칭은 하이드 리더십 학교(The Hyde Leadership School)이다. "메인주에도 똑같은 이름의 학교가 있는데 둘다 전국 각 대학에 입학원서를 보내는 고교여서 대학들이 헷갈려하더군요" 이에 더해 학생들이 가족과 사회의 지도자가 되라는 염원을 담아 '리더십'이란 단어를 교명에 넣었다고 알렌 그레넷교감은 설명했다.

9~12학년 과정의 고교로 공립이며, 학군에 상관없이 원하는 학생이면 누구나 원서를 낼 수 있는 마그넷 학교이다.

이 학교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관심을 끌 장점으로 대학입학 같은 학업실적을 중시하는 한편 지도력을 강조하는 것을 택했다.

이를 위해 도입한 게 5좌우명, 5주의, 5신조 등을 담은 이른바 '5-5-5 전략'.

5좌우명은 용기, 아량, 탐구, 성실, 지도력. 5주의는 우리는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우리를 넘어서 존재하는 절대자를 믿자, 양심과 인격을 닦아 최선에 도달하자, 가장 중요한 길잡이는 믿음이다, 다른 이가 최선을 다하도록 돕자 등이다5신조도 내용은 비슷한데 구체적으로는 모험을 즐기자, 최선을 다해 목표를 이루자, 나 자신이 되자, 믿음을 저버리지 말자, 이웃을 돕자 등으로 돼있다.

학교 운영이념으로선 다소 현학적인 면이 강하지만 하이드 학교는 학생들에게 이를 끊임없이 강조하고 환기하고 있다. 주1회 전교생이 모이는 전체회의를 비롯해 기회있을 때마다 이 단어들을 되뇌어 마음에 새기게 한다.

일종의 세뇌교육이라고도 하겠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같은 교육철학과 이념을 시행하는 학교는 뉴헤이번 일대에서는 이 곳이 유일하며 학부모와 학생들 반응도 좋아서 지원자가 줄서 기다리고 있다"고 그레넷교감은 밝혔다전교생 앞에서 노래부르기, 학교대항 체육대회에 전원 참석하기 같은 프로그램도 5-5-5 전략의 일환. 새로운 도전기회를 만들어줌으로써 좌우명, 주의, 신조를 실천하는 장을 만들어주려는 것이다.

학교는 이때 우수함, 노력했음, 참여하는 정도였음, 성의부족 등 4개 등급으로 평가해 학생들을 격려하고 채찍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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