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총리에 행정권 대폭 위임 배경

입력 1999-03-13 00:00:00

앞으로 구체적인 정책결정 등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전면에 나서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국정 일선에는 김종필(金鍾泌)총리가 자주 등장하고, 이와 동시에 정부 각 부처를 상대로 김중권(金重權)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비서진의 정책조정이 강화될 전망이다.

이는 그동안 김대통령이 구체적인 정책에 대해서까지 조정.결정하는 것으로 비쳐짐으로써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에 김대통령이 직접, 그리고 과도하게 노출돼 왔다는 여권 핵심부의 내부논의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법무부와 국민회의, 민간 인권단체 등 3자 사이에 논란이 됐던 인권위 문제만 해도 김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직접 나서 교통정리를 함으로써 국내외 인권단체들의 비판에 직접 노출돼야 했다.

특히 최근 한.일어업협상의 '쌍끌이' 파문, 국민연금 확대실시 파동, 한자병용논란 등 정부정책의 난맥상이 잇따르면서 김대통령의 과도한 '노출'이 바람직하지않다는 내부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대통령은 최근 당정간, 또는 공동여당간 정책이견에 대해 김총리가 주재하는 고위당정정책협의회와 국정협의회를 통한 조정.결정 방침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회의 지도부의 11일 당무보고때도 김대통령은 국민연금 실시연기 문제에 관한 당측의 건의에 김총리 주재 회의에서 결정토록 했으며, 그에 앞서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는 정부운영.조직개편안에 대한 결정을 역시 김총리 주재 국무위원 간담회와 고위당정으로 위임했다.

김총리에 대한 김대통령의 이러한 위임조치는 행정부문에 관한 김총리의 위상을 강화시켜주는 측면도 있다고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12일 설명했다.

김대통령이 올들어 김총리의 주례보고를 단독면담 형식으로 바꿔 공동여당의 파트너로서 정치적 위상을 확인시켜준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내각제 문제 해결을 포함해 공동정권의 장래를 염두에 둔 배려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날 김총리 주재 고위당정회의에서 국민연금제를 예정대로 4월부터 확대 실시한다는 점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회의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여전히 "당내에선 여론을 주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며 번복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아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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