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한 미래사회를 그린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 나오는 안드로이드(인조인간)는 과연 탄생할 수 있을까. 다소 무리한 감이 있다면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알투디투나 스피리오쯤으로 물러선다면 어떨까. 인간과 친구처럼 대화하고 다가오는 위험을 느끼고 겁이 나서 도망칠 줄도 아는 그런 로봇은 언제쯤 등장할까.
아직 단순한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생물체를 닮은 로봇은 이미 개발된 단계이다. 미국 오레곤대 신경과학연구소는 최근 선충(線蟲)의 신경망을 본딴 이른바 '바이오봇(Biobot)'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선충이 화학물질을 감지해 먹이를 찾는데 반해 바이오봇은 미세한 빛의 변화를 감지해 방향을 찾는다. 바이오봇은 신경망만 흉내냈을 뿐 모양은 전혀 다르다. 차라리 컴퓨터 칩과 바퀴, 모터를 실은 트럭이라고 보는 편이 낫다.
선충의 신경망이 로봇에 응용될 수 있는 까닭은 비교적 단순해서다. 생물체의 최소 신경조직인 뉴런의 숫자를 비교해 볼 때 인간은 1조개를 지니고 있지만 선충은 302개에 불과하다. 덕분에 과학자들은 선충의 신경조직망을 세세한 부분까지 분석할 수 있었다.
이밖에 미국 클리블랜드의 한 연구소는 바퀴벌레를 닮은 다리 6개짜리 로봇을 만들었는가 하면 유럽 과학자들은 귀뚜라미나 개미를 본딴 로봇벌레들을 만들고 있다.
컴퓨터 공학자들이 벌레에 매달리는 이유는 단순하다. 배울 점이 엄청나게 많기 때문이다. 기생충 한마리가 지닌 연산능력은 최신 펜티엄 컴퓨터의 1천배에 이른다. 다만 기생충은 이같은 능력을 덧셈, 뺄셈을 하는데 쓰는 것이 아니라 먹이를 찾는데 이용한다.
게다가 벌레는 빠르고 에너지 효율도 뛰어난 아날로그 신호체계를 쓰는데 반해 컴퓨터는 0과 1밖에 모르는 디지털 신호체계를 사용한다. 또 벌레의 신경망을 답습한 바이오봇은 기존 컴퓨터에 비해 돌발 사태에 대한 대처능력이 뛰어나다. 다시 말해 에러가 발생했을 때 컴퓨터는 갑작스레 시스템을 중지시켜버리지만 바이오봇은 서서히 수행능력이 저하된다. 바이오봇은 바퀴에 모래알이 끼었거나 기어에 먼지가 낀 상황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한다.
벌레들이 보여주는 가장 뛰어난 능력은 동시에 여러 곳에서 엄청난 양의 정보를 입수하고 즉각적으로 신경망을 가동, 이를 감지한다는 점일 것이다. 이같은 조합능력은 병렬적 사고에서 비롯된다. 예를 들어 화학적 물질을 감지한 동시에 마지막으로 이것을 감지했던 장소를 기억해내는 것 등이다.
인간이나 동물에겐 지극히 단순한 일이지만 컴퓨터로서는 아직 불가능하다. 아무리 뛰어난 컴퓨터나 인공신경망조차도 일단 입력된 정보를 분석한 뒤 논리적으로 처리해 가장 적절한 반응을 계산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처럼 생물학과 컴퓨터공학을 결합하려는 노력은 다른 분야에서도 시도되고 있다. 지금껏 지구상에서 개발된 모든 컴퓨터를 합친 것보다 뛰어난 연산능력을 지녔다는 'DNA컴퓨터', 냄새와 맛 등을 구분해 낼 수 있는 '바이오센서', 분자공간에서 전자의 움직임을 조절하고 자체 생성과 증식, 복구가 가능한 '바이오칩' 등의 개발이 그것이다. 아직 걸음마단계에 불과하지만 기존의 컴퓨터가 가진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이같은 생체컴퓨터기기의 개발이 앞서 언급한 인공지능을 지닌 로봇의 탄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컴퓨터가 지능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는데 사용되는 것이 바로 영국의 컴퓨터 과학자 알렌 튜링이 고안한 '튜링 검사'이다. 물론 인공지능의 범주에 마음, 정서, 감정, 의식 등을 포함시켜야 할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밀폐된 두 방에서 A와 B가 컴퓨터 통신을 이용한 게임을 한다고 가정하자. 게임에서 A는 B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아내는 것이 목적이고 B는 이를 숨기는 것이 목적이다. 물론 B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할 수 있다. 게임 도중 B를 컴퓨터로 바꾼다고 생각해보자. 만일 A가 통신 도중 B가 컴퓨터로 바뀐 것을 눈치채지 못한다면 컴퓨터는 인공지능이 있는 것으로 판정되는 것이다. 우습게도 인간처럼 능숙능란하게 거짓말을 하는 컴퓨터가 바로 인공지능이 있는 뛰어난 컴퓨터로 인정받는 것이다.
아직 튜링 검사를 통과한 컴퓨터는 개발되지 않았다. 그러나 많은 과학자들은 머지않은 장래에 컴퓨터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흔들 획기적인 지능체가 등장할 것으로 믿고 있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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