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육을 하면서 이따금 질문을 던져본다. 화는 내야 하는가, 참아야 하는가고. 내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오른손을 들라고 부탁한다. 요즘와서는 화는 내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또 화는 참는 것이 미덕인가, 내는 것이 미덕인가 물어본다. 좀 짓궂은 요구인지 몰라도 참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왼손까지 들라고 부탁한다. 양손을 다 드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얼굴표정이 좀 혼란스러워 보이기는 하지만.
참는 것은 결코 미덕이 아니다. 화가 날 때엔 내야 한다. 참는다고 해서 화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무조건적 억압은 행동장애의 원인이 된다. 억압하기만 하면 이것이 화근이 되어 일생을 두고 우리를 괴롭힌다. 화를 억압하는만큼 상대방과의 심리적 거리도 멀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화가 난다고 해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터뜨리면 짐승만도 못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화는 내야 하지만 성숙하게 내야 한다. 적절한 시간과 장소를 택해, 적절한 방법으로, 다시 말해 상대방의 가치와 자존심을 손상시키지 않고 낼 수 있어야 한다. 전통적으로 그리스도교에서 믿음(信德)과 소망(望德)과 사랑(愛德)을 중요한 세 덕으로 삼고 있다. 화를 제대로 내면 이에 못지 않은 노덕(怒德)이 될 것이다.
중등학교때 수학공부로 얼마나 고생해야 했던가. 그러나 졸업후에 인수분해나 적분 같은 것을 사용해본 일이 있느냐고 물으면 모두 처음 들어본단다. 화는 얼마나 나느냐고 물으면, 하루에도 열두번도 더 난단다. 골백번도 더 난다는 사람도 있다. 수학도 중요하다. 단지 화내는 기술이 용도가 훨씬 더 많다는 뜻이다. 화를 제대로 내는 기술을 배우는 것도 참 삶의 중요한 방법일 것이다.
〈대구효성가톨릭대 교수〉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