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 기무사에 적발된 군사기밀 무더기 유출사건은 검은 돈에 눈이 먼 전·현역 영관급 장교들이 국가안보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기밀정보를 빼돌린 사건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의 주범격인 무기중개업체 사장 권모 예비역 중령은 군 재직 당시 이미 군기밀누설 전력을 가진데다 전역전에 편법으로 중개업체를 설립했음에도 기밀누출을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군당국의 보안체계 역시 심각한 문제점을 지닌 것으로 드러났다.
기무사 조사결과 권씨는 국방부 조달본부에 근무하던 지난 95년 2월 고향친구인 정모씨와 함께 무기중개상 '대경무역'을 설립, 군납품 조달을 시도하다 적발돼 강제로 전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권씨는 어떠한 형사처벌도 받지 않고 여전히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육군군수사령부로 옮겨 근무한 것으로 밝혀져 군당국의 미온적인 대응이 결국 기밀누출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권씨는 이어 97년 2월 전역하기 한달전 또다른 무기중개업체인 D사를 설립, 조달본부 외자국장을 지낸 홍모 예비역 대령을 명의 사장으로 앉혀놓고 조달본부에 중개상 등록을 마쳤다.
이 과정에서 현역 중령이 편법으로 중개상을 차렸음에도 조달본부가 이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형식적인 보안심사를 거쳐 등록을 결정한 것으로 드러나 군당국의 행정난맥상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기무사도 군기밀 누설전력이 있는 권씨가 무기중개상을 차린 사실을 확인, '요주의 인물'로 일찌감치 분류해놓고도 미온적인 동태감시로만 일관함으로써 기밀유출행위를 사실상 방관한 셈이라는 게 군안팎의 시각이다.
권씨는 이같이 허술한 군당국의 보안체계를 우롱하듯 조달관련 영관급 장교 3명을 전역 즉시 자신이 운영하는 D사로 끌여들여 재직중 취급한 각종 군사기밀을 무더기로 건네받았다.
더욱이 권씨는 한·미 방산관련 회의에 참석한 현역장교 10여명을 초대, 고급식사를 제공하면서 이 자리에 미국 무기제조업체 관계자를 불러 자신의 위상을 과시하기도 했다.
권씨는 또 지난달 합참 시설개선사업과 관련된 정보를 입수, 곧바로 미국 N사에 팩스를 보내 합작사업을 하자고 제의한 것으로 드러나 군사기밀이 해외에 이미 상당수 유출됐음을 시사했다.
이들이 수집한 군사기밀은 국방부가 98년에서 2002년 사이에 추진할 수백억∼수천억원 규모의 대형 방위력 개선사업으로 해외유출이 확인될 경우 무기도입사업의 전면적인 재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무기업체들이 눈독을 들이는 방위력개선사업 관련기밀이 외국에 넘겨졌다면 구매자인 한국으로서는 협상력을 상실, 국제시세보다 비싸거나 성능미달의 무기체계를 도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군수사당국은 권씨 등을 상대로 군사기밀 입수경위와 목적, 군내 현역장교의 관련여부를 정밀조사하는 한편 군사기밀의 해외유출 여부에 대해서도 철저히 파헤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국방부 관계자는 "군사기밀이 해외로 유출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지난해부터 시작한 5년 예정의 방위력사업 중기계획을 대폭 수정하거나 기밀을 입수한 해외업체는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배제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현역과 예비역 장교간의 검은 공생관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무기중개상 등록요건 강화와 기밀범위 축소 등의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즉, 군 재직시 조달관련 근무자의 경우 전역후 최소 2년이상 무기중개상 등록을 금지하고 방위력개선사업을 시행하면서 핵심기밀을 제외한 추진일정과 무기종류 등은 인터넷을 통해 국내외에 공개, 무기상들이 공개경쟁에 공정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기밀확보를 둘러싼 '비리커넥션'을 차단해야 한다는 게 군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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