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여러분은 엔진이 되는 것입니다. 자동차, 기차, 선박 같은 것의 엔진 말입니다. 이걸 몸으로 표현해 봅시다"
10명의 학생들이 책상과 의자를 교실 한쪽 벽으로 밀어붙이고 자넷 로슨교사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고 섰다. 이 학교에선 가장 저학년인 5학년 수업시간이다.
로슨교사의 과제 제시에 조금씩 궁리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던 학생들은 이윽고 하나둘 몸을 뒤틀기 시작한다.
팔을 휘저으며 돌리는 아이, 몸을 빙빙 도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연신 고개짓, 어깨짓을 하거나 팔을 아래위로 들어올렸다 내려찧는 시늉을 하는 아이들도 있다. 교실은 삽시간에 온갖 몸짓의 아이들로 뒤엉켜 부산해졌다.
"엔진은 기계니까 말을 못해요. 몸으로만 말하는 거예요"
한동안 지켜보던 로슨교사는 아이들이 힘들다며 비명을 지르자 조금 더 계속해보자며 아이들의 손을 맞잡게 했다.
"이제부터는 여러분 모두가 하나의 엔진이 됩니다. 커다란 엔진 한 개를 구성하는 것이지요. 그걸 표현해볼까요?"
아이들은 재미있어 죽겠다는 듯이 손을 잡고 엔진이 작동하는 모습이라며 교실을 돌기 시작했다.
로슨교사는 아이들을 진정시킨 뒤 이번에는 한 학생씩 나와 동물 하나를 생각한 뒤 이를 몸으로 표현해보라고 시켰다. 그게 무슨 동물을 뜻하는지 알아챈 학생이 손을 들어 맞추는 놀이다.
"방금 여러분들이 해본 것을 팬터마임이라고 합니다"
수업종료 종이 울리자 로슨교사는 교실을 정리한 뒤 아이들에게 말했다.
팬터마임, 즉 무언극을 가르치면서 어려운 정의(定義)설명 따위를 동원하는 게 아니고 직접 몸으로 하도록 한 뒤 "바로 이게 그것이다"하는 식의 방법을 쓴 것이다아이들이 나간 뒤 로슨교사는 평가표를 펴들었다. 교사는 이런 수업을 통해 참여도, 창의성, 협력성 등 3개 항목에 걸쳐 학생들을 평가한다.
매 분기마다 이에 근거한 평가표를 부모에게 보내며, 우수한 학생들을 따로 모아 특별교육을 시키기도 한다.
예술 마그넷 학교인 이 학교는 교육과정을 기본과정과 특화과정으로 나눈다. 기본과정은 일반 교과목을 주로 하고 특화과정은 예술 중심이다. 특이하게도 초등학교 5학년을 신입생으로 받아 4년간 중등과정을 밟게 하는데 기본과정에는 영어, 외국어, 수학, 사회, 과학 같은 일반 중등과정이 빠짐없이 들어 있다.
이에 더해 특화과정으로 춤, 음악, 연기, 미술, 작문, 사진 등 6개 예술과목을 선정해 교육하는 게 일반 중학교와 다른 점.
모든 학생은 입학하면 6개 예술과목중 4, 5개 과목을 선택해 대체적인 것을 배운다. 중등과정이므로 기본이 되는 여러 예술양식을 두루 익혀 친숙하게 하자는 의도다.
최고학년이 되면 한개 과목을 선택해 심화학습에 들어간다. 수업빈도는 일주일에 두번 정도.
이때 학교는 특히 그 분야에서 활동중인 전문 예술인을 초청해 학생들이 직접 배울 수 있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통틀어 학교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기능이 아니라 창의성이다.
전문 직업예술인이 중학생에 불과한 학생들을 가르치도록 배려하면서도 기능전수를 중시하는 게 아니라 남과 다르게 생각하기 같은 철학을 강조한다는 얘기다.
이때문에 학교생활도 퍽 자유로운 편이다. 예를 들어 복장규정 같은 제한을 두지않고 있다. 자기가 입고 싶은 옷을 개성껏 입도록 보장하고 있다.
"전문 예술인 육성이 목표가 아닙니다. 예술가의 기법, 즉 문제를 창의적인 관점에서 해결하려는 시각이나 자신을 남다르게 표현하는 능력 등은 수학이나 과학, 역사과목을 잘 하는 데 필요한 능력과도 맞닿아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예술과 과학이 서로 다른 게 아니라는 것을 느끼도록 하고, 예술중에서도 각 양식은 서로 공통점을 갖고 있음을 알도록 하며, 모든 원리원칙에는 공통의 사상이 깔려있음을 배우게 하고, 동료 학생이 새로운 방법으로 예술적 경험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이 네가지가 이 학교의 교육목표라고 로슨 교사는 설명했다.
이 학교에는 이를 위해 특별히 예술자료 도서관에 해당하는 미디어 센터라는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주요 예술공연과 실기동작 등을 담은 슬라이드와 비디오테이프 등을 750개 정도 소장하고 있다. 학생들은 언제든지 사서의 도움을 받아 필요한 동영상 자료를 찾아볼 수 있었다.
〈李相勳기자〉
---마그넷 학교 브람스
브람스(BRAMS)는 베치 로스 아트 마그넷 스쿨(Betsy Ross Arts Magnet School)의 첫 철자를 딴 약어다. 예술 특성화 마그넷 학교라는 얘기다.
베치 로스는 미국 국기인 성조기를 최초로 만든 부인인데, 왜 베치 로스를 교명으로 땄는지에 대해선 명확히 아는 이가 없었다.
마그넷 학교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일반학교와는 달리 독자적인 교육 프로그램으로 특성화된 학교형태.
과학·수학·외국어 같은 과목을 특화한 학교도 있고, 예·체능이나 직업기술교육 등을 특화한 곳도 있다.
학생들은 진학할 때 통상 지역별로 나눈 학군에 따르게 되지만 마그넷학교는 학군에 상관없이 지원제로 학생을 받는다. 학교 선택권을 학부모와 학생에게 돌려준다는 취지다.
마그넷 학교, 즉 자석 학교란 뜻의 이름은 이같은 특성으로 학군에 구애받지 않고 여러 지역의 학생을 끌어들이는 자력 역할을 하도록 계획됐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것이다.
브람스는 예술교육을 위주로 하는 공립학교.
5~8학년 과정의 중학교로 학생수는 550명 정도다. 신입생을 뽑는데 특별한 전형과정을 거치는 것은 아니고 선착순으로 학생을 받는다.
학교 슬로건을 '르네상스를 되찾자'로 정했을 정도로 예술교육에 쏟는 관심이 크다.
이 학교는 지원학생이 줄서 있을 정도로 성공해서 뉴 헤이번 시는 또 하나의 예술 마그넷 중학교를 세울 방침.
존 드 스테파노 2세 뉴 헤이번 시장은 9만㎡ 부지에 학생 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새 학교를 짓는다고 98년 9월 발표했다. 새로 여는 마그넷 학교는 브람스의 운영법을 그대로 본받는다고 하니 브람스는 성공 평가를 받은 셈이다.
〈李相勳기자〉
댓글 많은 뉴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탄핵안 줄기각'에 민주 "예상 못했다…인용 가능성 높게 봐"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