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와 자민련이 3일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내각제공방'을 벌이자 한나라당은 이를 양당간의 틈새를 벌리는 기회로 활용하는 등 '즐기는' 입장을 감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내각제정국이 본격화될 경우의 정계개편 움직임 등 예상못한 정치적 파장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없지않았다.
안택수(安澤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김종필(金鍾泌)총리가 내각제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공동정권에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언급에 대해 "이미 예상됐던 공동정권의 한계"라며 양당간의 갈등에 초점을 맞췄다.
국회본회의장에서는 자민련 이동복의원이 "내각제가 안되면 떠나자"며 자민련의 공동정부철수 등을 주장하자 한나라당의원들이 열렬히 박수를 치며 동조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내각제에 대한 한나라당의 당론은 아직 '노'(No)다. 그러나 대통령중심제인 당론에 반해 당내 저변에는 내각제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적지않다. 특히 반이회창을 선언한 김윤환(金潤煥)의원이나 이한동(李漢東)의원등 비주류의 핵심세력은 내각제를 선호하고 있다. 내각제정국에서는 한나라당의 의석수가 변수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내각제개헌에 합의해 개헌절차에 착수한다해도 개헌정족수에는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동의하지않는 개헌은 불가능하다.
한나라당이 우려하는 것은 내각제정국이 본격화될 경우 정계개편이 필연적으로 뒤따를 것이라는 점이다.
이날 본회의장에서 벌어진 양당간의 내각제공방을 지켜본 한나라당의 한 지역중진의원은 "오늘 공기가 심상치 않다"며 "공동정권의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른 한 의원은"내각제개헌 가능성이 별로 없다"면서 "총선정국에 들어가면 현재의 정국구도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어쨌든 한나라당으로서는 내각제를 둘러싼 국민회의와 자민련간의 갈등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소극적이나마 '틈새 벌리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徐明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