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이 작성한 98시민예산감시백서는 정부의 예산낭비 버릇이 경제위기와 국민고통에 아랑곳 없이 여전한 상태에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경제위기극복을 위해 마른 수건도 다시 짜자고 국민과 기업에 강조해온 정부의 절약 호소가 겉돌고 있는 것이다. 예산낭비사례가 지난 한해동안 무려 1천200건에 이르고 낭비규모가 실업구제예산과 맞먹는 10조원에 달한다는 사실에 말문이 막힌다.
정부가 국민의 혈세를 소중히 여겨야한다는 원론적인 얘기를 하자는 게 아니다. 작년 한해 IMF관리체제하에서 겪은 6.25이후 최대의 국난을 극복하는데 앞장서야 할 정부가 뒷전에서 팔짱만 끼고 있었다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예산남용이나 불법사용사례가 이미 감사원 등 정부의 자체조사에서 드러난 것만도 부지기수다. 우리가 경제위기를 겪은 원인중의 하나도 이같은 정부와 공기업의 예산 오용과 남용이었다.
그럼에도 경실련의 이번 예산감시백서는 과거의 사례가 되풀이되고 있음을 드러내고있다. 교육부의 교단선진화 사업, 국방부의 무기구입 원가계산 잘못, 정보통신부의 소규모 우체국 고객순번표시기 설치, 농림부의 브루셀라백신 불량제조 등의 사례는 간간이 언론보도를 통해 밝혀지긴했지만 납세자인 국민의 속을 뒤짚고도 남는다.
이전에 문제가 된 경부고속철도부실, 시화호 사업실패, 새만금간척사업의 오류 등 대규모 예산낭비는 말할 것도 없고 공기업의 과다한 퇴직금 나눠먹기, 각종 기금의 방만한 운영에따른 손실등이 지금도 아무른 교훈이 되지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규성(李揆成)재경부장관이 조세의 날에"정직하고 성실하게 세금을 내는 사람이 애국자"라며 성실납세를 강조한바있지만 이같은 정부의 예산낭비를 보노라면 납세의욕이 저하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가 아니더라도 예산사용의 효율성을 높여야 국민들은 납세에 대한 불만을 갖지않는다.
이같은 예산낭비는 분명히 책임을 물어야한다. 예산의 오남용(誤濫用)에대한 처벌과 문책을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도 더 엄격히 해야하다. 아울러 예산편성과 집행과정에서 낭비요인을 제도적으로 철저히 제거하는 재정개혁이 있어야한다. 국회예결위의 연중상설화도 필요하다. 예산낭비에 대한 국민의 감시.고발도 더 활성화돼야할 것이다.
정부와 재벌, 금융기관들이 저질러놓은 부실을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주고있는 현실에서 끝없이 예산낭비가 되풀이되게해선 안된다. 정부 스스로 예산낭비에 대한 특단의 대책마련에 나서야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