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JP와 한신(韓信)

입력 1999-03-03 15:45:00

흔히들 난세(亂世)를 만나 큰 뜻을 흉중에 깊숙이 묻어둔채 세상의 수모를 즐겨 참아내는 의지의 전형으로 한신(韓信)을 예로 든다.

김종필(金鍾泌)총리가 2일, 별로 빛 안나는 회견을 통해 자신의 결단력을 강조하면서 한신을 표방하고 나섰다.

"내가 무엇을 하고 정계를 떠날지 두고 보면 알 것"이란 말과 함께. 그는 기자들에게 "무언(無言)중 많은 얘기를 무언으로 받아들여 달라"고 서두를 장식하고는 본론부분(내각제 부분)에서 "한가지 성취할 게 있어서 못참을 것 참으며 여기까지 왔다"고 흉중의 일단을 실감나게 내뱉었다.

내각제를 신봉까진 않더라도 지지하는 사람들, 그것도 아니라면 한번 해보는 것도 해롭지는 않을텐데…정도로, 다소 막연한 기대라도 갖는 국민들의 입장에선 그의 말이 조금 앞지른 것이 아닐까하는 우려가 없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그는 "권력이란 1년쯤 지나면 자기도 모르게 취하는 사람이 생기는 것"이라고 권력의 속성을 정확히 꿰고 있음에도 '못참을 것…' 운운한 부분에선 약간의 긴장감마저 없지 않다.

이왕 언급된 인물이니 한신의 말년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가 유방(劉邦)에 의해 팽(烹)당한 건 기록이 있으니 쉽게 알 수 있지만 문제는 그 시기를 한신이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점에 있고, 두번째는 그 팽(烹)의 방법 또한 범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동고동락(同苦同樂)이란 말을 정치권, 특히 야당가에선 하루에도 몇번씩 쓰지만 사실 동고동락만큼 실행하기 어렵다는 것은 동서역사의 가르침이다.

공동의 목표가 성취되고 난 다음, 제일 먼저 나타나는 현상은 예외없이 파워 게임. 내각제의 실현 여부는 마음의 여유를 먼저 갖고 난 뒤의 일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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