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 대해 알 권리요? 선생님은 필요할 때만 그 권리를 찾는 모양이죠?"KBS2 새 미니시리즈 '학교'(극본 김지우. 연출 이민홍) 1일 방송분 중 문제아 '우혁'이 담임선생님에게 쏘아붙인 말이다.
'격세지감(隔世之感)'. 최근의 학원 문제를 드라마가 아닌 뉴스를 통해 익히 보아온 시청자들은 '학교'가 전달하는 사회상에 놀라워하기 보다는 '방송의 변신'에 충격을 받고 있다. '학교'는 대학생들의 사랑타령 아니면 고3 수험생들의 애환 수준에 그쳤던 기존 드라마와는 확실히 다르다. 수업 후 나이트클럽에 몰려가 신나게 몸을 흔들어대는 아이들, 수업 '틈틈이' 삼삼오오 담배를 꺼내 무는 아이들의 모습이 새로운 건 아니다.
'학교'에는 시청자들의 기억 속에 낯익은, 그러나 TV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선생님들이 등장한다. 재단측 비위 맞추기에 골몰한 교감 선생님(명계남 분),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학생주임(강석우 분), 교직에 그다지 애착이 없는 신임 선생(이창훈 분)…. '학교'의 신선함은 여기 있다. 학생들은 시청자들이라면 선생님에게 감히 하지 못할 '말'들을 툭툭 까놓는다. 그동안 학원문제의 전부였던 '문제 학생' 또는 '학생들의 문제'가 비로소 '문제 선생' 또는 '교권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학교'의 문제아들이 고민을 풀어가는 뻔한 결론 보다는 이들이 삐뚤어진 '교권'을 비웃는 '아슬아슬함'에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KBS는 어려운 시도를 시작했다. 이제는 예상되는 각계의 항의를 초연하게 딛고 과연 본래의 기획의도를 살려나갈 수 있을 것인지가 시청자들의 관심사다. 극중 '왕따'에서 주체성을 확립해가는 학생처럼 KBS의 '용기'를 기대해본다.
〈申靑植기자〉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