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3·1정신」을 열자(2)-산업기술 日그늘 벗어나기

입력 1999-03-02 15:16:00

'기술 독립'. 21세기를 맞는 우리에게 던져진 화두(話頭)다. 일본.미국.유럽 등 기술선진국의 그늘에서 벗어나면서 특화된 분야는 세계 최고에 올라서야만 한다. 특히 이웃 일본은 여러 분야에서 세계 선두인 만큼 '극일(克日)'이 곧 정상에 이르는 길이다.

한국 철강업의 핵심인 포항제철은 일본에서 빌려온 3억 달러를 종자돈 삼아 설립됐다. 80년대 중반까지 대부분의 핵심기술을 일본으로부터 지원받아 세계시장에서 한국 철강업은 이름조차 꺼내기 힘들었다.

그러나 1999년, 포항제철이 일본에 지불하는 기술료 명목의 로열티는 단 한푼도 없다. 오히려 고급강 제조에 필요한 ORG(On line Roll Grinding) 등 핵심기술 7가지를 역수출해 연간 수십만 달러를 기술료로 받고 있다.

디지털TV, PDP TV 등 차세대 TV 분야는 국내 기술이 세계 수준을 좌우할 정도에 올라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간의 경쟁이 곧 세계 최고의 대결이다.

구미공단에 입주, 흑백TV 생산을 시작한 LG전자의 75년 기술수준은 외국 의존도 50%선. 그동안 꾸준한 기술축적을 통해 기술독립을 거의 완성했고, 84년 TV연구소가 설립된 뒤 차별화된 핵심기술이 속속 개발됐다. 90년대 초반까지 50%에 그치던 브라운관 분야 부품 국산화율은 95%로 끌어올렸다. 지난해 10월에는 세계 최초로 60인치 PDP TV를 개발, 이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일본을 앞질렀다.대구.경북 지역 주종산업의 하나인 자동차 부품 분야는 여전히 세계 정상에는 한 수 뒤진다. 그러나 독자적인 기술 개발의 필요성을 절감한 부품업체들이 연구원 10명 안팎의 부설연구소를 잇따라 개설,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

현재 국내 부품업계 연구소만 230개. 연구소 종사자만 6천명을 넘었다. 90년대 초반만 해도 70여개에 불과하던 것이 매년 20~30개 늘어난 꼴이다.

지역 부품업체 가운데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일본을 누르고 세계 정상에 도전하는 대표적인 기업은 삼립산업과 평화산업이다.

승용차 헤드램프.변속레버.조향장치 등을 생산하는 삼립산업은 자체 설계인력만 150명. 현재 일본 마쓰다, 호주 GM홀덴, 미국 GM 등에 헤드램프를 수출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 GM사와는 2001년 9월부터 매년 1천400억~1천800억원에 이르는 자동변속레버 공급계약을 맺었다.

평화산업은 자동차의 진동과 소음을 줄이는데 사용되는 엔진 마운트 분야에서 세계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종전보다 한층 진보된 하이드로 마운트, 전자센서가 부착된 첨단 액티브 마운트 등 기술력 향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섬유는 오랫동안 지역의 대표업종으로 군림해왔으나 기술력에서 일본 따라잡기가 요원한 실정이다. 원사의 경우 일본은 신합섬에 이어 신신합섬까지 개발하고 있으나 우리는 여전히 범용품 생산에 머물고 있다.

제직과 염색가공 기술 역시 일본에 크게 뒤진다. 일본의 경우 모직과 실크 등 천연섬유 염색가공 기술에서는 이탈리아에 뒤지나 합섬염색가공 기술은 세계적이다. 현 상태라면 우리가 일본의 일반 염색기술을 따라잡는 데도 2~3년, 고급 염색기술을 따라잡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경제부.사회2부〉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