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병 출정식

입력 1999-03-01 00:00:00

제80주년 3· 1절 영해독립만세운동 재연행사에 앞서 신돌석장군 의병출정식 및 횃불행진에 참가한 영해면민들이 선열들의 애국정신을 기리며 시가행진을 하고 있다.

〈28일 밤 경북 영덕군 영해면 · 鄭在鎬기자. 사진설명〉

新 3·1정신을 열자(1)-민족자존 회복운동

3·1운동이 일어난지도 어언 80년.

당시의 3·1운동정신을 현재 사회전반의 위기극복운동으로 승화시켜 나가야 한다는 여론이 곳곳에서 일고 있다.

3·1운동은 구국운동이자 민족자존 회복운동이었다.

처음 33인의 지식인·종교인 등 지도층을 중심으로 일제 지배의 부당성과 우리의 독립의지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일어났던 시위성격의 이운동은 지도자들이 일본경찰에 검거되면서 잇따라 소외계층인 민중들로 번져갔다.

1919년 3월1일에 촉발된 이 운동은 대도시에서 농어촌으로 확산되면서 걷잡을 수 없이 번졌고 1만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기에 이르렀다.

3·1운동은 당시엔 실패한 혁명이었지만 훗날의 독립운동에 가장 기름진 밑거름이 됐다. 민중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다. 못배우고 가난한 무지렁이 민중이 아니라 한덩어리로 뭉치면 거대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민중의 힘임을 깨닫게 했다. 그런 인식 위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공화제정부인 상하이임시정부가 건립됐고 1920년대 민중계몽운동, 소작농운동 등이 잇따라 나타나면서 독립을 위한 속도가 붙게된 것이다.

3·1운동 정신의 요체는 한마디로 민족자주와 민중주체였다. 민족자주 즉 빼앗긴 자주권을 되찾으려는 독립에 대한 강한 의지에 전국민은 하나로 뭉쳤다. 또 3·1운동을 통해 오랜 세월 방치되고 소외됐던 민중이 이땅 역사의 주인으로 전면에 등장하는 계기가 됐다.

마침내 우리는 독립을 되찾았고 이후 반세기가 넘는 동안 세계가 놀라는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오랜 독재정권하의 신음을 거쳐 민주주의를 향한 고통도 감내했다. 한국은 일견 명실상부한 독립국가로 뿌리내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두꺼운 화장을 한 꺼풀 벗긴 우리의 모습은 외형적으로는 독립국가이지만 아직도 각종 외세에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보게 된다. 우리의 의식심층은 물론 21세기 경제, 문화, 기술경쟁 등에서 외국예속을 벗어나지 못해 진정한 자주기반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윤갑 계명대 교수(사학)는 1919년 3·1운동 발발 당시와 현재를 두고 국가적 위기상황과 외세의 지배라는 차원에서 일맥상통한다고 풀이했다. 그러나 3·1운동 당시는 일본제국주의 침략이라는, 외세 정체가 명백하게 드러났던 반면 현재는 세계화, 선진화를 명목으로 물밀듯 들어오는 외세의 실체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IMF 관리체제나 일본문화의 개방 등도 우리의 필요성에 의해 우리 스스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교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문화제국주의에 의해 우리는 신식민주의에 지배당하고 있으며, 3·1운동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국민의식이 유린당하고 왜곡되고 있다"고 보았다. 이교수는 이 시점에서 새로운 민족자주운동이 일어나야할 것이며 특히 정치와 교육방면의 주체성확립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3·1운동의 정신을 민족의 화합에서 찾아야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역사학자 이이화(역사문제연구소 고문)씨는 과거 3·1운동은 제국주의에 대한 민족독립, 민족자결을 대전제로 전국민이 사심없이 대동단결됐다고 말했다. 독립선언서의 33인은 종교나 지역을 뛰어넘어 한마음으로 뭉쳤다.

그러나 지금은 좁은 땅덩어리는 남북으로 갈라져 있고 동서는 서로 마음의 빗장을 닫아걸고 있다. 80년전의 3·1운동정신은 너와 내가 없었으며, 지역과 종교, 혈연, 학연을 떠나 공동의 목표 즉 독립을 향해 하나가 될 수 있었으나 지금은 이기적인 관계로만 뭉쳐져 있다.

이고문은 "IMF관리체제가 몰고온 우리사회의 위기는 대동단결이라는 과거 3·1운동의 진정한 정신이 새롭게 회복될 때 극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당리당략으로 치닫는 정치권이 진정 국민의 행복을 먼저 생각하는 정치로 인식을 전환하며, 국민과 노동자에게 고통을 미루기전에 정부와 기업이 먼저 십자가를 지는 자세도 새로운 3·1정신의 구현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80년전 3·1운동에 나타난 민족정신을 현대의 우리생활에 새롭게 적용시키는 자세야말로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위기라는 현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음은 물론 장차 통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全敬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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