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 읍내중학교 '눈물의 졸업식'

입력 1999-02-27 00:00:00

고3생이 경찰관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지난 25일 오후 대구시 북구 읍내중학교.한차례 실수로 소년원 신세를 진 37명의 졸업식이 열렸다. 20여년전의 풍경처럼 졸업식장은 눈물 바다였다.

이날 졸업장을 받아든 학생들은 폭력이나 절도로 보호 관찰 처분을 받은 뒤 학교내 합숙소에서 생활을 해야 하는 소년범. 이곳에 들어와 '위탁 교육 형식'으로 남은 학과 과정을 이수한 뒤 다니던 학교 명의의 졸업장을 각기 받아들었다.

"학부모와 아이들에게는 평생에 잊지 못할 날이 될 겁니다. 졸업식으로 아이들에게 미래란 것이 생겼거든요" 읍내 중학교 시병호(60)교장의 감회 또한 남다르다.올해말 정년퇴직을 앞두고 마지막 졸업식에 참석한 시교장은 "해마다 졸업장을 받아드는 아이들의 눈빛을 보면 그렇게 해맑을 수가 없다"며 "30년 동안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한가지 터득한 것은 사랑만 있으면 마음의 문은 열린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년 범죄의 90%는 부모나 환경 탓이라는 시교장은 '아이들에게 보이는 작은 관심'에 결국 '나라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했다.

"내놓은 자식이라고 여겼던 막내 아들이 '다른 집 아이'처럼 졸업장을 받았다"는 김성철(46·가명)씨는 "죽은 자식이 되살아온 기분"이라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졸업식 내내 눈물을 훔치던 다른 학부모들 또한 아들을 붙잡고 한참을 울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날 졸업식에서는 송사와 답사가 없었다. 졸업생 모두가 합숙소 잔여 기간이 남아 떠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졸업식 마지막에 식장에 울려퍼진 교가에는 힘찬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

"지난날은 비바람 거센 눈보라, 오늘날은 밝은빛 양양한 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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