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자유의지

입력 1999-02-26 14:02:00

어렸을 적에 어른이 되기를 기를 쓰고 기다린 적이 있었다.

어른스럽게 보이려고 솜털이 보송한 얼굴을 면도질하거나 몇몇 아이들과 모여서 서로 은밀한 부위를 보여주며 누가 더 어른스러운가를 비교해 보기도 했다. 또는 구석진 곳에 숨어서 아버지 담뱃갑에서 몰래 빼내온 담배를 피워 보기도 했다.

돌이켜 생각하면 그렇게 어른이 되고 싶었던 것은 어른이 되면 자유스러울거라고, 최소한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모든 좌절과 억압은 내 의지가 아닌 외부로부터 오는 듯했다.

어른들은 늘상 꾸지람과 강요와 매질로 아이들을 몰아쳤다. 울안에 짐승을 몰아넣은 목자처럼 걸핏하면 아이들을 가두고 복종시키려 했다.

그래서 어른이 되어 우리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던 것이다.

그러나 정작 어른이 되었을 때는 또다른 형태의 억압과 강요가 기다리고 있었다. 체제 유지를 위한 이데올로기와 몇몇 탐욕스런 위정자들에 의해 사람들은 자유의지를 상실하고 복종을 강요당했다.

그나마 그런 것들이 사라지려 하는 즈음에 닥쳐온 IMF는 수많은 사람들을 또다시 고통속으로 내몰았다.

자신의 잘못도 아니면서 외부적 요인에 의해 고통받고 절망하며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 학교를 졸업하고도 직장을 얻지 못해 방황하는 수많은 젊은이들을 보면 앞으로 우리가 어떤 사회를 추구해 나가야 할지 분명해진다.

외부적 조건이 아닌, 자신의 자유의지에 의해 선택하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 그것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이면서 가장 선진문화적인 사회이기 때문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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