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정권 1주 기념식 소동

25일 공동정권 탄생 1주년 기념식에서 벌어진 소동은 사전에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잔칫날이라고 할 수 있는 이날 외부 초청강사가 양당간의 미묘한 사안인 내각제 문제를 건드려 벌어진 일이기는 하지만 행사 전날 벌써 소동은 예고됐다.

행사 전날 자민련 김용환(金龍煥)수석부총재는 치사를 하기로 하고'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준비했다. 하지만 김부총재의 치사내용은 국민회의측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국민회의 정균환(鄭均桓)사무총장이 자민련 박준병(朴俊炳)사무총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내각제 문제를 거론하지 말았으면 한다"는 요청을 한 것이다.김부총재는 이에"이 정도도 할 수 없다면 차라리 연설을 하지 않는 것이 낫다"며 국민회의측 요청을 거부했고 결국은 이날 행사까지도 불참했다.

이런 속사정이 있는데도 국민회의는 이날 행사에 고려대 김호진(金浩鎭)교수의 특강을 넣었고 특강 내용도 공동정권의 한 축인 자민련측을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 특히 김교수가 제2 건국운동과 김대통령의 치적 등을 거론하면서 "내각제는 미미한 국민여론과 경제불안 등으로 연기하는 게 마땅하다"는 식으로 강연을 이어가면서 자민련측은 격앙되지 않을 수 없었다.

소동이 있고 난후 국민회의측은 "김교수의 원고를 사전에 받아보지 못해 이같은 불상사가 생겼다"면서 "김교수측에 내각제 문제를 꺼내지 말아달라고 메모까지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자민련측은 "김부총재의 원고는 사전에 검열을 했으면서 김교수의 원고를 미리 받아보지 않았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각본에 의한 것이라고 발끈했다. 또 자민련측은 "국민회의가 특강이라는 형식을 빌려 자신들의 얘기를 하려했던 것 아니냐"며 의구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양당 지도부는 갑작스런 사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문제를 확대하지 않기 위해 서둘러 봉합에 나섰다. 소동도중 국민회의와 자민련 양당 사무총장은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이번 사건으로 기념식의 취지와 의미가 훼손돼서는 안된다"고 합의했으며 국민회의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은 행사장에서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의 손을 직접 들어 보이는 등 단합을 과시했다.

그렇지만 이날 소동은 내각제 문제를 놓고 벌이고 있는 양당간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어서 이같은 미봉책으로 마무리 될 지는 미지수다. 김대통령의 재담판론이후 그러잖아도 내각제 연기에 대한 의구심을 풀지 못하고 있는 자민련은 국민회의가 이번 일로 자신들의 의도를 여실히 드러냈다며 대책마련에 나서는 분위기다.

여하튼 이날 소동이 양당간의 내각제 협상에 험로를 예고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李相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