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론-발목잡는 정리해고

입력 1999-02-26 00:00:00

엊그제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 탈퇴를 선언했고 한국노총도 오늘 조건부 탈퇴를 선언했다. 이제 양대노총은 일방적인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저지를 위해 전면적인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한다. 정리해고 이슈가 기사회생의 기미를 보이는 우리경제의 발목을 잡고 또다시 먹구름을 드리울 것같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업 구조조정의 과정에 있어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위해 고용조정은 불가피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정리해고나 명예퇴직 등이 전혀 없을 수는 없다. 기업의 경영이 어려울 때 인력감축은 가장 손쉬운 구조조정 방법이다.

그런데 해고를 쉽게 잘 하는 기업이 다른 고용조정방식을 활용해서 해고를 최소화하면서 고용을 계속 유지하는 기업보다도 과연 경영성과가 더 높을까?

해고가 자유롭다는 미국의 경우를 예로 보면 그동안 양질의 서비스와 정확한 이륙시간으로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던 델타항공사는 80년대말 원가절감을 위해 감원중심의 다운사이징(감량경영)을 실시해서 전 종업원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1만2천명을 감원했다.

그 결과 고객에 대한 서비스 질의 저하로 델타사는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또한 미국경영협회(AMA)의 97년 조사에 의하면 1990년 이후 감량경영을 실시했던 주요기업들의 43%정도만 1년이내에 이윤이 증가하였고 생산성도 30%정도의 기업만이 증가했던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미국훈련개발협회의 96년 조사에서도 감량경영을 실시했던 기업은 감량경영을 실시하지 않았던 기업보다 제품과 서비스의 질, 근로자 삶의 질은 물론 전반적인 기업성과 면에서 뒤떨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요컨대, 감원을 통한 즉각적인 인건비 절약이 단기적으로는 이윤의 증대를 가져오지만, 그외 생산성 향상이나 기타 경영성과의 개선에는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정리해고가 남아있는 근로자들의 장래에 대한 불안감, 근로의욕 저하, 자신의 창의적 노력에 의한 혁신이 자신 장래의 고용안전을 저해할 것이라는 인식에 기초한 창의성과 협동심의 저하 등으로 제품의 질과 생산성의 하락을 가져오기 때문으로 보여지고 있다.

한편, 노사협력을 바탕으로 감량경영 자체를 취소하거나 극히 일부분만 감량경영을 함으로써 성공한 예로는, 미국의 록히드 말틴 정부전자시스템, 마그마 코퍼사등을 들 수 있는데, 코퍼사는 무파업과 근로자 참여를 통해 놀라운 생산성향상으로 1천800명의 실업을 막을 수 있었다. 또한 코닥, 새턴사등도 노사협력을 바탕으로 배치전환, 다기능화등의 기능적 고용조정을 성공적으로 달성하였다. 따라서 정리해고만이 능사는 아니다.

그러므로, 기업은 고용조정을 정리해고와 동일시하는 사고에서 탈피하고, 정부의 고용조정지원제를 활용하면서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직무공유제나, 일시휴업, 기능적 유연화, 임금유연화 등의 고용유지전략이 장기적으로 기업에 유리한 전략임을 인식하고, 정리해고는 최후의 수단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의 빠른 회복을 위해서는 산업평화가 그 무엇보다 시급한 요체인 바, 정부와 기업은 노사정위의 합의정신에 입각, 구조조정과 고용조정시 노조와 진지한 협의를 통해 고용을 최대한 보장하도록 하고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철저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도록 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노동계는 우리경제의 파국은 결국 노사공멸을 가져온다는 당위성을 직시하고 정리해고가 능사가 아니듯이 파업도 능사가 아니므로 노사정위에 복귀해서 모든 사안을 설득과 타협을 통해 풀어나가도록 해야 할것이다.

〈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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