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옥성초교 눈물의 졸업식

입력 1999-02-23 14:27:00

눈물의 졸업식장이 돼버린 22일 구미시 옥성면 옥성초교의 72회 졸업식장.졸업생이라곤 남학생2명, 여학생 6명 등 고작 8명뿐이다.

당초 졸업예정자는 13명이었으나 5명의 남학생은 끝내 졸업식장에 서질 못했다.3년전인 96년 6월 당시 4학년 철부지 소년이었던 김진성, 고성진 등 5명의 어린이들이 마을앞 낙동강변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1명이 물에 빠져 허우적 거리자 친구를 구하기 위해 나머지 4명이 차례로 물에 뛰어들었다가 변을 당했던 것.

어느새 6학년이 된 이들의 친구들이 졸업하는 날 3년동안 가슴앓이를 해오고 있는 부모들은 차마 졸업식장에 들어가지 못한 채 학교부근에 서성이며 혹시나 졸업생 이름속에 아들 이름이 불려질까 기다리며 눈물만 삼켰다.

학교측에서도 당초 숨진 5명의 어린이에게 졸업장을 수여하기로 결정하고 학부모들에게 졸업식 참석을 권유했으나 부모들은 끝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표로 참석한 고해룡(42.구미시 옥성면 주아리)씨도 끝내 졸업식을 다 지켜보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식장을 뛰쳐 나왔다.

고씨 등 부모들은 최근 자식을 땅에 묻고 돌아오던 날의 기막힌 일을 또 다시 당했다. 이달초 법원으로부터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날아든 것.

자식들의 익사지점이 구미시 골재채취장 인근으로 골재채취 작업후 원상복구를 방치한 이유를 들어 법정투쟁에 나서 1심에는 승소했으나 골재채취회사와 구미시가 판정에 불복해 항소, 2심에서는 정반대의 판결이 나온 것.

3년째 끌고 있는 지리한 법정투쟁에 지친 부모들은 자식을 강물에 잃고 보상금마저 물거품으로 사라진데다 되레 소송비용까지 떠맡아야 할 입장.

"사람을 두번 죽여도 유분수지…" 이들은 이제 대법원에 상고할 기력도 없다.

한집당 수백만원씩 내야하는 변호사비용과 소송비용을 감당할 길이 없기 때문. 그저 하늘만 원망할 뿐이다.

졸업식장에 모습을 보이지도 못한 부모들은 졸업장을 안고 나오는 아들친구들을 지켜보며 속울음만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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